8원 올라 1088원 마감
1100원대 돌파는 힘들 듯
[ 주용석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에 5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급락)하며 장중 1090원을 돌파했다. 지난 1월25일 기록한 연중 최저점(1058원)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30원가량 뛰어올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주말보다 8원80전 오른 1088원50전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09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109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12월18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환율은 그동안 줄곧 하락세(원화 강세)였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1월 1100원 선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도 대부분 1060~1070원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날 환율이 장중 10원 넘게 오르며 1090원대로 치솟은 것은 지난 주말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결과다. 미국의 1월 비농업 분야 일자리는 1년 전보다 20만 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17만7000명)을 뛰어넘었다. 민간 부문의 시간당 임금도 전달보다 0.34% 오른 26.74달러를 기록했다.
그 결과 시장에선 Fed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가 ‘올해 최대 3회’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고용지표가 나온 뒤에는 ‘올해 4회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지표가 나온 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월30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간 국내 증시에서 약 3조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주식매각 대금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꿔 나가면 달러값이 오른다(환율 상승).
시장의 관심은 환율이 다시 11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일단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환율이 단기 급등하면서 차익 매물이 쌓여 있는 데다 수출업체가 달러를 쏟아낼 수 있어서다. 삼성선물은 당분간 환율이 1090원대 중반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급격한 환율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미국 금리 인상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쇄된다.
하지만 외국인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빨라지면서 외환시장 분위기가 ‘달러 강세’ 쪽으로 급격하게 쏠릴 경우 환율이 1100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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