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원 제 4대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이 5일 취임했다.
권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금융업에 대한 사전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권 회장은 "새로 출범한 정부의 국정 100대 과제 중 금융업 관련 내용은 하나로 사전규제 완화로 경쟁?혁신을 유도하자는 것"이라며 "금융업의 자유로운 진입환경 조성은 물론 올바른 방향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나, 이런 정책이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시장에 전달되려면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시행 방안으로 "증권사가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기능하도록 초대형 투자은행(IB) 제도 안착, 중소형사 차별화 전략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펀드산업 육성,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등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아울러 시장자율과 창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원칙 중심·네거티브 규제방식 도입'을 지속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단순히 모든 규제의 네거티브화 주장하는 걸 넘어 어떤 규제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해외사례는 어떤지 디테일하게 제안하는 수준까지 돼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
친애하는 금융투자협회 임직원 여러분!
제4대 회장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그동안 우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 발전 위해 애써 주신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새삼 감사드립니다.
특히 탁월한 식견으로 우리 업계와 협회를 이끌어 주신 황영기 회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서 업계 위해 봉사할 기회 주어진 것은 대단한 영광입니다. 하지만 자리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금융산업 패러다임의 전환기입니다. 지난해 지루한 박스권 돌파하며 최근 코스피?코스닥 연일 최고치 경신 중이지만, 대외 환경은 녹록치 않습니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을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혁명, 저성장?저금리 기조 하에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양적완화 축소, 북핵 리스크까지 예측불허의 변수가 산재돼 있습니다.
혁신의 골든타임 놓치면 새로운 생태계에서 도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대규모 고객집단 보유한 IT회사가 금융서비스에 대거 진출하는 작금의 상황은 미증유의 위기임에 분명합니다.
금융투자협회 임직원 여러분이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얼마나 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제도 개선 위해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시장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온 노고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늘 격려와 응원을 보냈었습니다. 이제 같은 배에 승선해 같은 목적지로 항해하는 상황에서 저는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새로 출범한 정부의 국정 100대 과제 중 금융업 관련내용은 하나로 사전규제 완화로 경쟁과 혁신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금융업의 자유로운 진입환경 조성은 물론 올바른 방향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나, 이런 정책이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시장에 전달되려면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본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협회는 지난 몇 년 간 정책당국에 회원사 의견 전달하고, 정부와 함께 제도를 개선한 경험 있습니다. 협회가 정부와 시장의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양쪽 모두 납득할만한 정책을 제시하면,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올 것입니다.
자본시장은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담론의 중추입니다. 다양한 자금조달 통해 신생기업 성장주기에 따라 자본 공급하는 것은 혁신성장의 원천이 되고, 적정한 금융상품을 공급해 국민의 살림살이 넉넉하게 하는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토대가 됩니다.
금융투자업이 혁신기업의 젖줄이자, 국민자산 증식의 동반자라는 인식 있어야 국가 정책목표로 격상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증권사가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기능하도록 초대형 IB 제도 안착, 중소형사 차별화 전략 마련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금투업이 국민자산과 노후를 책임질 행복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펀드산업 육성,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합니다.
아울러 시장자율과 창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원칙중심-네거티브 규제방식 도입'을 지속 건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모든 규제의 네거티브화 주장하는 걸 넘어 어떤 규제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해외사례는 어떤지 디테일하게 제안하는 수준까지 되어야 합니다.
규제 합리화를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경제발전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투자결정까지 많은 요인을 검토하기에 사소한 뉴스, 제도 변경, 세제 개편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정책당국에 전달해 섬세한 규제 가능하도록 조율하는 역할 필요합니다.
시장이 활기를 띠고 실물경제에 왕성하게 자금 공급할 때 결과적으로 세수증대효과 극대화된다는 공감대 형성하도록 정부?국회 꾸준히 설득해야 합니다.
지금은 인터넷 검색엔진 만드는 회사가 자율주행 자동차 만들고,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가 대출업무 수행하는 시대입니다. 과거처럼 시장을 단편적으로 이해해서는 최근의 트렌드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협회 및 우리 업계는 이미 작년에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공동인증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앞두고 ICT 신기술에 국가역량 집중되는 와중에 우리 업권이 선제적으로 금융IT 혁신 견인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협회, 나아가 우리 업계는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HTS 거래가 가장 일상화되고, MTS 보급률도 가장 높은 시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유연한 DNA는 우리 강점입니다.
디지털 혁신시대에 First-Mover로 기존에 없던 시장 발굴해 투자기회 찾아야 합니다. 예컨대 해외진출의 경우 현지법인 설립 등 전통적 방식 외에도 업계 플랫폼 진출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가능합니다.
획기적인 비용절감 통해 해외투자 확대 기회 제공하고, 역으로 외국인투자자 국내진출 시에도 활용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 창출 가능합니다.
가지 않은 길에 첫 걸음을 떼는 것은 언제나 떨리고 흥분되는 일이지만, 新 시장개척에 대한 열망은 우리 업계의 사명이자 운명입니다.
시장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앞서 말한 과제들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다른 업권과도 경쟁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투자자 신뢰는 우리 존립기반인 동시에 성장 기반. 투자자 신뢰가 단순한 신용(credit)을 넘어 훌륭한 평판(reputation)으로 이어질 때 우리 시장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것 협회 및 업계 임직원 여러분 모두 이런 믿음으로 보다 신뢰 받을 수 있는 시장조성 위한 노력 경주해야 합니다.
내부 통제 철저 확립, 스마트한 금융소비자 양성 위한 교육?홍보 강화, 업계 임직원 역량 제고 프로그램 보강 등 성숙한 시장 만들기 위한 노력과 경주가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 협회의 높아진 위상을 유지하고, 강한 대외협상력 갖추기 위해 통합된 협회의 힘을 유지?강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가장 소중한 고객인 회원사들이 협회 서비스에 불만 표출하는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회원사 권익과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면 우리의 존립기반 잃어버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정업권에 쏠리지 않는 균형 있는 업무처리 위해 업계와 더 많이 소통하며 회원사의 불만을 체계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협회 임직원이 전문성을 갖고 회원사 목소리를 골고루 청취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조직 정비해 나갈 것입니다.
친애하는 금융투자협회 임직원 여러분!
기술 간 융?복합이 보편화되고 산업 간 경계구분이 무의미한 시대입니다. 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현재의 문제입니다. 이런 시기에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무거운 책임감 느끼지만, 새로운 도전을 앞둔 설렘과 시장발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사명감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응형무궁*(應形無窮)의 자세로 거친 바람을 타고 만 리 물결을 깨트리며 도전을 이어나가다 보면 금융투자협회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 무궁한 변화에 유연하게 모습을 바꾸어 대응한다.)
저는 협회장으로서 임직원 여러분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때론 앞장서서 조타석의 키를 잡고, 때론 갑판에서 함께 고충을 나눌 것입니다. 우리 업계 및 협회 임직원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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