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아라이리조트
소니 창업자 장남이 운영하다 2006년 문 닫았던 리조트
롯데호텔이 3년 前 인수 뒤 지난해 12월 개장
5월까지 스키 즐기고 벚꽃 축제
가을엔 '집투어' 즐기고 단풍놀이
노천온천·日와인 전문 와이너리…
[ 이수빈 기자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雪國)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의 유명한 첫 구절이다. 가와바타는 이 소설에서 일본 니가타현의 눈 쌓인 풍경을 ‘순수한 미’로 승화했다는 평을 들었다. 고(故) 앙드레 김 디자이너가 흰옷을 즐겨 입은 것도 이 소설에 그려진 니가타의 아름다움에 감명받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도쿄에서 나가노행 신칸센을 타고 2시간가량 달리면 긴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기차가 컴컴한 터널을 뚫고 나갈 때 별안간 눈부시게 흰 세상이 펼쳐진다. 가와바타가 묘사한 그 ‘설국’이다. 이곳에 한국 리조트가 문을 열었다. 롯데호텔이 작년 12월 개장한 ‘롯데 아라이리조트’다. 신칸센 조에츠 묘코역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8㎞ 정도 가면 된다. 국내 호텔 브랜드가 일본에 리조트를 연 것은 처음이다.
아라이리조트는 원래 소니 창업자의 장남 히데오 모리타가 1993년 개관해 운영하다 2006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곳이다. 롯데호텔이 2015년 인수한 뒤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다시 문을 열었다. 스키 애호가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1990년대부터 이곳에서 묵으며 스키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아라이리조트가 자리한 오케나시산은 일본에서도 눈이 많이 오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겨우내 내린 눈이 봄까지 녹지 않아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의 눈은 가벼우면서도 뭉치지 않는 ‘파우더 스노’로, 세계 스키어들이 최고로 치는 설질이다. 수분을 4~7%가량만
금고 있어 버석버석한 게 특징이다. 눈 표면이 단단해지지 않아 스키나 스노보드를 탈 때 매끄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눈이 많이 내리면서도 기온은 한국보다 따뜻하다. 한겨울인 1월에도 영하 3도~영하 1도를 유지하면서 일교차가 크지 않다.
리조트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면적만 157만㎡, 최장 활주거리는 5.2㎞다. 슬로프 11개와 비압설 코스 10개를 갖추고 있어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들은 눈썰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도 된다. 날이 맑을 때는 상급자 코스 해발 1280m 지점에 올라가면 바다까지 보인다. 리조트 내 스키스쿨에서는 호주 국가대표 출신 강사가 기본 교육부터 전문적인 기술까지 맞춤형으로 가르쳐준다.
눈 외에 니가타의 명물로 쌀과 사케가 꼽힌다. 니가타가 일본에서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리조트에 입점한 맛집에서는 니가타의 명물을 두루 즐길 수 있다.
니가타현 향토 음식을 가이세키로 내주는 일식당에서 니가타 전통 사케를 한잔 기울여도 좋다. 푸드코트에서는 눈 위에서 숙성한 돼지고기로 만든 라멘과 카레를 판매한다. 일본 전국에서 엄선한 220여 종의 와인 중 40종 이상의 시즌 컬렉션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호시조라 와이너리, 눈 속에 저장한 원두로 핸드드립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도 들러볼 만하다. 리조트 내 라이브러리 카페에는 일본 유명서점 쓰타야에서 고른 책들이 진열돼 있다. 커피와 책, 설경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겨울 스포츠를 즐긴 뒤 온천에서 몸을 녹이면 피로가 풀린다. 롯데 아라이리조트는 지하 175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로 밤 10시까지 온천을 운영한다. 온천수에는 피부 보습에 좋다고 알려진 메타규산이 녹아 있어 미용에 좋다. 밤하늘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노천 온천을 즐기거나 이른 아침 눈 내리는 풍경과 함께 온천수에 몸을 담글 수 있다.
계절마다 자연의 얼굴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지역 여행의 묘미다. 봄에는 리조트 근처 다카다성에서 일본 5대 벚꽃 축제 중 하나인 ‘다카다성 백만인 밤벚꽃 축제’를 볼 수 있다. 롯데 아라이리조트는 여름엔 야외 수영장과 워터 슬라이드도 운영한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실내 수영장에서 물놀이와 선탠을 즐겨도 좋다. 그린 시즌에는 인근 골프장과 연계한 골프패키지를 운영한다. 가을이면 해발 1000m에서 출발하는 로프를 타고 내려오며 색다르게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곤돌라 투어를 이용하면 해발 1000m 라운지와 레스토랑에서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롯데 아라이리조트는 신칸센 외에도 일본 니가타공항과 나리타공항, 도야마공항에서 직행 셔틀버스를 타고 찾아갈 수 있다. 7일 전에 호텔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묘코=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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