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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 세이프가드 '핀셋 맞보복'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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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 세이프가드 '핀셋 맞보복'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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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에서 세이프가드 요건 충족 여부 따지고
이중제재 부당성 공격하며 맞보복 하더라도
전선 확대 안되도록 해야"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물론 중국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정용 대형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모듈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무역구제 수단을 동원해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가려는 트럼프 정부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즉각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을 밝혔으니, 이제 WTO 분쟁 해결 절차에서의 공방이 급선무다.

WTO 체제 아래서 세이프가드란 수입 급증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국내 산업을 구제하기 위해 일시적인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트럼프 정부가 이런 권한을 행사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나 WTO 협정이 규정한 엄격한 발동 요건을 충족했는지 집중적으로 따져야 한다.

우리 세탁기의 대미(對美) 수출 물량은 2012년 160만 대에서 2016년 320만 대로 증가했고 미국 내 한국 태양광 전지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5.7%에서 12.9%까지 상승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수입 급증이 발생했다고 주장할 만한 충분한 근거는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측이 내린 심각한 피해 판정과 관련해 단순한 수입량 증가나 시장 점유율 변화 이외에도 미국 국내 산업의 생산성 하락, 생산설비 가동률 저하, 이윤 감소, 고용 감소 등의 지표를 객관적이고 균형 있게 고려했는지 집중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조사당국인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는 세탁기 중 캐나다 멕시코 한국 호주 중앙아메리카(CAFTA) 콜롬비아 요르단 파나마 페루 싱가포르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세탁기가 각각 심각한 피해의 실질적 요인은 아님을 판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요르단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세탁기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런 식의 제재 대상 선정이 객관적 피해 판정에 기반을 둔 조치인지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한다.

두 번째 공격 포인트는 연간 120만 대 이상의 세탁기 수입에 50%, 120만 대 미만 수입 물량에 20%의 ‘관세 폭탄’을 때리고 태양광 전지에도 3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 과도한 조치라는 점이다. WTO 협정은 세이프가드 권한은 인정하지만 국내 산업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까지만 부과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탁기 완제품은 물론 그 부품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도 의문시된다. 세이프가드 관세를 내고 미국 시장으로 수입된 세탁기 제품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부품이 필요한데, 부품에도 세이프가드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입품은 제품 수리 측면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이것은 수입품에 대한 일종의 이중적 제재라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2013년 2월부터 한국산 가정용 대형 세탁기에 9.29%와 13.2%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같은 해 8월 WTO에 이 사안을 제소했고 2016년 9월 승소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판정이행 기한을 넘기면서까지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덤핑상계관세와 세이프가드 관세는 모두 국내 산업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현재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제재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50%나 되는 고율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다시 부과받는 것이 과도한 이중 제재라는 점도 부각시킬 수 있다.

이상의 논리를 동원해 WTO 소송에서 승소한다 해도 미국 측이 또다시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버틴다면 우리로서는 WTO 승인 아래 무역보복을 가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16년 승소한 WTO 반덤핑·상계관세 판정의 불이행에 대한 무역보복도 이참에 개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체제가 진행 중이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하는 상황이어서 양국 간 무역 분쟁이 불필요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복 대상 선정 때도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으로 전선을 확대시키지 말고 우리 측이 작년부터 수입 물량을 자발적으로 늘린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계약의 이행을 중단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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