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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 토론]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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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영 기자 ]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을 지금의 30년보다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재건축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 안전성의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진원지가 재건축 추진 단지인 만큼 사업을 쉽게 진행하지 못하도록 관련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재건축 허용 연한을 예전 기준인 40년으로 늘리고 정비사업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지금은 아파트가 지어진 지 30년이 지나면 안전진단을 거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재건축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한을 단축한 결과다. 이전까지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다.

찬성하는 측은 재건축 연한이 강화되면 재건축 추진 단지에 몰리는 투기 수요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며 환영한다. 아직 건축 수명이 많이 남아 있는데도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으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정부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까다로워지면 서울 아파트 공급이 줄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열 양상을 빚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대책이 강북 등 비강남권의 피해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찬성] 재건축 예상 단지 투기 수요 차단…무분별 추진 따른 사회적 낭비 막아

주택공급 쉽지 않은 서울은 수요 분산 정책 필요

재건축 연한 강화는 재건축이 촉발하는 주택가격 상승과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중요한 카드다. 최근 재건축을 계기로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주택가격 안정 대책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 아파트 성능 수준이 높아졌음을 고려하면 재건축 연한 강화는 사회적 낭비를 줄이고 재건축 사업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주택시장 가격 안정화 및 투기 방지, 재건축 사업 정상화 등의 조치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은 일부 아파트 소유자에게 한정되는 불이익보다 훨씬 크다. 또한 재건축 연한 강화는 재건축이 가능한 시기를 늦추는 정도에 그쳐 이해관계자가 받을 불이익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게다가 재건축 연한은 일률적으로 40년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다. 2015년 이전 기준처럼 건축 기술 발전을 고려해 준공연도에 따라 20년에서 40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린다면 재건축 사업 정상화를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재건축 연한 강화 문제를 지나치게 이념적 잣대로 볼 이유가 없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2003년 서울시장 재임 당시 “과거에 지은 집은 안전 기준이 없지만 요즘은 40~50년까지 안전하다”며 같은 해 서울시 조례로 재건축 연한을 최장 40년까지 늘린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는 보수진보의 문제도 아니고 자유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아니다.

일부에서는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면 풍선 효과만 일으키거나 강남·북 격차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아파트 공급을 줄여 주택가격 상승으로 귀결될 뿐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재건축 연한 강화는 재건축 예상 아파트 단지로 옮겨가려는 투기 바람을 억제하려는 정책이지 강남 집값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강남 집값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제대로 적용되고 그 부담 내역이 체감되면 점차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전국의 다른 지역은 안정된 상태이며 과열 양상은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다. 정부는 주택 투기는 철저히 규제하되 등록 임대 등 정상적 투자는 보호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와 부담금을 충분히 적정 수준에서 징수하고 부동산 투자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보내야 한다.

서울은 택지가 부족해 주택 공급이 한정된 곳이다. 이 때문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에 앞서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게다가 수도권은 현재 공급 과잉 상태다. 따라서 정부는 서울과 주변 도시 간 광역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택 실수요와 투자 수요를 분산시키고 서울의 넘치는 수요가 경기도권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제도를 철저히 시행해 서울 내부의 균형 발전 정책에 활용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나오는 공급 물량을 적정하게 관리하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을 확대해야 한다. 재건축 연한 강화는 그 일부분에 관한 정책이며 따라서 목적에 맞게 검토하고 평가해야 한다.

주택 공급량 부족을 명분으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재건축 예정 단지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화 기조를 뒤흔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반대] 주택공급 줄어들어 집값 상승 심화…강남 겨냥한 규제로 非강남권 타격

주거불편 참으며 10년 이상 버티도록 강요하는 셈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진압하기 위해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 및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재건축 기대를 꺾지 못한다. 기존 재건축 규제에 덧붙여지는 또 하나의 규제에 불과할 뿐이다. 불안감만 조장하고 혼란만 야기할 뿐 별다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 기대를 제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은 당위성조차 찾을 수 없다. 재건축 연한은 지방자치단체별 격차가 크다. 준공 시기에 따른 편차도 크다. 이 때문에 일률적인 재건축 연한 규제는 오랫동안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온 사안이다. 재건축 연한을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재건축 사업을 예측하기 어렵게 해 재산권 행사 침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하거나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재건축 추가 규제를 추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가 줄어들어 양질의 주택 공급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이 가팔라지는 등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정부 대책에도 강남·북 집값의 온도차는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재건축 연한마저 40년으로 늘어나면 1970년대 지은 단지들은 희소성이 부각돼 몸값이 더 뛰어오를 가능성이 큰 반면 강북 등 다른 지역 단지들은 가만히 있다가 재건축마저 막히는 날벼락을 맞는 처지가 돼 버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1987~1991년 준공된 아파트 가운데 강남 3구 아파트 비중은 14.9%에 불과하다. 결국 재건축 연한 기준이 강화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울 강북권 등 다른 지역으로 떠넘겨진다. 이는 부동산시장에서 형평성 논란과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시장 안정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池魚之殃)’하는 격이다.


안전진단 강화 추진도 마찬가지다. 지난 정부에서는 2015년에 구조안전상 큰 문제가 없어도 층간소음이나 에너지 효율 등 주거환경 평가를 통해서 주거 여건이 불편하다고 판단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안전진단 조건을 완화했다. 이는 주거환경 변화에 따른 국민의 눈높이를 감안한 조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다면 안전이 심각한 노후 건물에서 유지·보수만 거듭하며 불편을 감내하고 10년 이상 버티도록 사실상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층간 소음이나 주차장 등 편의시설 부족에 따른 불편 등 유지·보수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또 1988년 내진설계 규정을 제정하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구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을 장기간 지진에 따른 불안과 잠재적 위험에 내모는 결과로 이어진다.

논란을 부른 재건축 연한 연장 추진 이유가 건축물 수명에 대한 공학적·기계적 이해가 아니라 타당한 근거 위에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이는 국민 기만에 따른 정책 신뢰도 추락은 물론이고 지역별·단지별 불공정한 결과로 이어져 국민의 삶만 황폐하게 만들 것이다. 근시안적·대증적 요법만을 가지고 급하게 해결하려고 들면 본질을 간과할 우려가 크다. 단기 대책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 장기적이고 시장에 미칠 여파를 생각하는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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