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불공정 강매 없었는데
공정위, 확인도 없이 과징금
하루아침에 갑질 브랜드 낙인
매출 하락 등 손해배상 소송"
[ 이유정 기자 ] 지난해 6월 취임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과제도 약자 보호라고 했다. 그런 공정위를 대상으로 가맹점주들이 들고 일어섰다. 공정위가 가맹본부라는 ‘갑’의 횡포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선언한 ‘을’이 이들이다.
닭강정을 파는 가마로강정(법인명 마세다린) 점주협의체는 지난 23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가맹점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며 가맹본부가 지난달 17일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것에 대응을 논의한 자리다. 점주들은 공정위의 잘못된 조사 발표에 공식 대응하고 협의체 차원의 소송도 준비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 발표에 따라 실추된 브랜드 명예와 매출 감소에 대한 보상도 공정위에 요구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가마로강정에 시정명령과 5억5100만원이라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을’을 돕겠다는 목적이었다. 조사 결과 브랜드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품목을 강제로 팔았고, 본부로부터 사지 않으면 개점 승인을 거부·보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설명이 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그 판단이 지나치게 서류에 의존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정위 말이 맞다면 피해를 입은 점주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 손 들고 반겨야 한다. 하지만 반응은 정반대였다. 발표 직후 가맹점주들은 점주협의체 이름으로 “불공정한 강매나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이번엔 법적으로 손해배상소송에 나서겠다고 했다.
공정위가 판단한 근거는 본부가 공정위에 제출하는 ‘정보공개서’다. 정보공개서에 나온 필수품목에 브랜드 유지에 꼭 필요하지 않은 타이머, 냅킨, 위생마스크 등 9개 품목이 포함된 게 문제였다.
해당 품목이 필수 품목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맹점 운영에 바쁜 점주의 편의를 위해 한번에 살 수 있도록 배려했을 뿐 단 한 번도 강매한 적이 없다는 게 가마로강정의 설명이다. 이 같은 본사 항변에 동의하지 않은 가맹점은 지금까지 한 곳도 없다.
또 5년 전부터 정보공개서에 9개 품목을 적어놨지만 공정위는 한 번도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서류만을 근거로 5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가마로강정의 주장이다. 점주협의체 관계자는 “조치를 발표하기 전 공정위는 단 한 곳의 가맹점에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가장 공정할 것으로 생각했던 공정위가 탁상행정 행태를 보여 화가 난다”고 말했다.
공정위 발표 이후 가맹점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직후 1주일간 가맹점 매출이 20~30%가량 줄어들었고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더 심각한 것은 ‘갑질 브랜드’라는 낙인이라고 했다. 가맹본부와 점주협의체는 공정위가 공식 결정문을 보내면 소송 등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소송 과정도 힘들지만 이긴다고 해도 한번 찍힌 낙인이 사라질지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김상조호(號)가 출범한 이후 프랜차이즈 갑질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BBQ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7월 롯데리아 등 5개 프랜차이즈를 조사했고, 지난달부턴 제재하고 있다. 정말 을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지, 갑질제재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인지 ‘을’마저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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