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00억원어치 모집에 1조2400억원 수요 들어와
현대제철 1조800억원 기록 제치고 올해 1위 올라
10년물과 20년물 등 장기물에 보험사 수요 집중
5000억원까지 증액 검토중..KB NH투자 한국투자증권 주관사
발행금리 5, 10, 20년물은 시가평가금리보다 낮출 수 있을 듯
≪이 기사는 01월24일(17:2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유무선통신사 KT가 2년 만에 발행하는 회사채에 총 1조2000억원이 넘는 ‘사자’ 주문이 몰렸다. 올해 수요예측(사전 청약) 최대 기록이다. 국내에 3곳 밖에 없는 신용등급 ‘AAA’ 기업(공기업, 은행 제외)으로 10년물과 20년물 등 장기물까지 발행하며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공략했다는 게 채권업계의 평가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가 회사채 총 30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전날 진행한 수요예측에 총 1조24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이번 참여금액은 앞서 지난 15일 1조800억원이 들어왔던 현대제철의 회사채 수요예측의 기록을 뛰어넘는 올해 최대 규모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만기별로 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로 한 3년물에 2900억원, 1000억원어치를 찍기로 한 5년물에는 3900억원, 1000억원어치를 계획한 10년물에는 4100억원, 500억원어치를 발행하려 했던 20년물에 1500억원 규모의 수요가 들어왔다. KT는 총 발행규모를 50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일은 오는 30일이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연기금을 비롯해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0년물과 20년물의 장기 회사채에는 보험사들의 수요가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주요 보험사들은 2021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추기 위해 장기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단기인 3년물과 5년물 뿐만 아니라 10년물과 20년물까지 발행하면서 회사채 투자기관의 장단기 수요를 골고루 끌어낸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KT의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다. 공기업과 은행 등을 제외한 일반 민간기업 가운데 AAA를 부여받은 기업은 KT를 비롯해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세 곳이 전부다.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장기물인 20년 만기 회사채까지 발행할 수 있는 소수의 기업이다. KT가 가장 최근에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2016년 1월말로 2년 전이다. 당시에도 3000억원어치를 모집한 결과 1조4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발행규모를 4000억원으로 늘렸다. 2년 전 흥행보다 이번에 더 많은 수요가 몰린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통신업종을 선호한다”며 “2년 동안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으며 차입금을 크게 줄인 것도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4년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8조5263억원이던 KT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9월말 기준 5조112억원으로 줄었다.
이번 수요예측 흥행으로 KT는 발행금리를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시가평가한 수익률보다 소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물인 3년물은 시가평가 수익률보다 높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5, 10, 20년물은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시가평가한 수익률은 3년물이 연 2.413%, 5년물이 연 2.660%, 10년물이 연 2.890%, 20년물이 연 2.964%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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