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대토론회를 열고,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청사진을 내놨다. 신산업·신기술 38개 분야에 대해 ‘우선 허용, 사후 규제’로 규제 패러다임을 확 바꾼다는 방침이다. 신기술 실험과 다양한 아이디어 접목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와 혁신성장 진흥구역도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6대 선도분야(초연결지능화, 핀테크, 자율주행차, 에너지, 드론, 스마트시티) 규제부터 개선해, 자율주행차가 2년 내 시판되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그간 더디기만 했던 규제개혁이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과감한 방식,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듯이 의지도 있다. 근거규정부터 따지지 말라는 주문이나, 공무원의 적극적인 업무추진에는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된 접근이다. 또한 산업현장의 ‘철 지난 대못’ 규제 89건도 함께 뽑기로 한 것도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몰라서 못 했던 게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외쳤건만 변한 게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규제 원천인 법규 자체가 열거식이고, 무분별한 입법으로 덩어리 규제가 양산된 탓이다. 당장 규제 해소를 위해 손봐야 할 법률만도 수백 건에 이를 정도다. 기득권의 반발과 저항도 이겨내야 한다. 결국 실천이 관건이다. 강한 의지로 부단히 고쳐나가지 않으면 과거 오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의 규제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가장 앞선 미국은 물론 사회주의 중국도 신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일단 내버려두고 지켜본다(wait and see). 나중에 특별한 문제가 생길 때만 규제를 검토한다. 신산업이 나오면 법령 위배부터 따지는 한국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규제혁신은 이제 시작이다. 정부는 규제 네거티브화, 규제일몰제, 1인2아웃(규제 1건 만들면 2건 철폐) 등 규제혁신의 3원칙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 역할은 규제개혁의 길을 터주는 데 국한하고, 신산업은 시장에 맡기는 게 정도(正道)다. 청년들이 맘껏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규제혁신을 한시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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