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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엄마 현실 육아] (16) 워킹맘의 초등학교 학부모 적응기 "내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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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워킹맘들이 말하길 애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퇴사를 가장 고민했다고 했다.

'그 어려운 출산, 육아휴직 후 복직, 어린이집 첫 등원 등 고비를 잘 넘겨왔는데 그 쯤이야' 했었다.

드디어 그날이 내게도 찾아왔다.

처음에만 해도 회사에 당당히 휴가를 냈다.

평생 하루뿐인 날인데!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입학식만 끝나면 하교해야 한다는데 달리 아이를 맡길 곳도 없었다.

집에선 엄마도 돕고 동생도 돌보고 어른스러운 장녀였는데 수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지 만한 책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이 왜 이리 한없이 작고 약해 보이는지.

짠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속에 입학식이 끝났다.



"교실 한번 둘러보고 가자~"

내일부터 아이가 다닐 교실에 가보고 돌봄교실도 확인을 해야했다.

1층 1학년 교실 끝에 돌봄 1반, 2반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종이에 딸 이름이 붙어 있지 않았다. 알고보니 올해 돌봄교실 신청자가 많아서 총 세 반이 되면서 우리 아이는 돌봄 3반으로 배정이 돼 있었던 것.

3반은 어디?

헉, 같은 건물도 아니고 옆 건물 3층 6학년 교실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게 웬 날벼락.

당장 입학식 다음날부터 돌봄교실이 운영된다기에 맞벌이 부부에게 정말 좋은 제도다 감탄하고 있었는데 당장 아이 혼자 돌봄교실을 찾아갈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고 워킹맘인 내가 마냥 학교에 붙어서 애를 케어해 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 눈앞이 캄캄.

"○○야. 내일 12시에 수업 끝나면 너 혼자 돌봄교실 가야 하는데 길 몰라서 헤매면 안되니까 엄마랑 연습하자~. 엄마 여기 있을테니까 너 아까 너네 교실 어딘지 알지? 거기 혼자 다녀와 봐."

애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신발주머니를 흔들며 미션 수행하듯이 교실까지 갔다왔다.

"자, 이 출구로 나왔으면 저 앞 건물 이 문으로 들어가서 이 계단으로 올라가서 이렇게 좌회전을 하고..."

으악 ㅜ

정말 우리 애가 이 길을 찾아갈 수 있을지...암담.

그렇게 손잡고 같은 코스를 무한반복.

이번엔 하드 트레이닝이다!

"난 여기 3층에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너 혼자 1층 내려가서 옆 건물 교실까지 갔다가 다시 여기로 찾아와 봐. 할 수 있지?"

아이가 "응 갔다올게" 하면서 혼자 긴 복도를 달려가는데... 웬지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어디 낯선 외국 나가서 애 혼자 먼길 떠나보내는 느낌이었다.

기다림의 시간 3분...

곧이어 조용하던 복도에 타닥타닥 계단소리가 울리더니 득의양양한 딸의 표정이 보인다.

"엄마! 나 잘 찾아왔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지만 아이가 의아해 할까봐 꾸욱 참는다.

"잘했어! 자 다시 한번 다녀와!"

중간 한번 길 헤매긴 했지만 다섯번 쯤 혼자 오간 후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찌나 왕복훈련에 몰입했던지 배가 고픈것도, 시간이 3시가 다 돼 가는것도 몰랐다.

짜장면을 먹고 준비물이 가득 적힌 안내장과 방과후 신청양식을 들고 집으로 갔다.

알고보니 입학식은 대장정의 서막에 불과했다.

바로 다음날 방과후 신청서를 접수해야 했는데 8시20분부터 10시사이에 신청받으며 아이가 직접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 교실도 찾아가기 힘든데 도서관을 찾아가서 원하는 과목별로 따로 신청서를 접수해야 하는건 사실상 불가능. 그냥 학부모가 다 해야한다는 의미였다.

그 와중에도 워킹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아 내일도 회사 정상 출근은 어렵구나".

엥 그리고 그 다음날인 수요일은 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란다. 회사 회사! 어쩌나! 머리가 복잡해 지려는 찰나 또 목요일은 대망의 방과후 추첨일 인 걸 알게 되면서 차라리 모든게 다 내려놓아졌다.

이건 뭐 대학교 수강신청 짜기 저리가라다.

방과후 신청 과목은 어찌나 많은지...

로봇만들기, 미술, 바이올린, 첼로, 종이공예, 생명과학, 리듬체조, 원어민영어, 수영, 농구, 배드민턴, 리듬줄넘기, 수학, 주산...

2장 종이 빽빽히 방과후 과목들과 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것도 수업별로 요일과 시간이 다 다르고 한 과목에도 abcd 반이 있었다. @@

예를 들어 종이공예가 월 수 금 2시 40분이라 신청할라 치면, 리듬체조는 금요일 3시니까 겹쳐서 안되고...로봇조립을 하고 싶은데 목요일에는 끝나는 시간이 수영이랑 겹치고...이런 식이었다.

내가 아무리 시간표를 잘 짜도 그 과목에 신청자가 많으면 추첨을 해야해서 100% 들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니...최악의 상황으로 신청한 과목에서 추첨 탈락하면 오후 내내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할 판.

그날 밤 시간표 짜다가 난 속이 답답해서 맥주 피쳐 한통을 원샷했다...ㅎㅎ

결국 머리를 굴리고 그나마 정보있는 친구 엄마들과 내통 끝에 종이공예, 미술, 독서논술, 수영 이렇게 신청했고 치열한 경쟁속 치러진 추첨에서 독서논술 빼고 3과목 쟁취의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아이가 오래전부터 너무 하고 싶어하던 수영을 배워줄 수 있어 너무 기뻤는데...

수영 첫 수업때부터 아이는 참석을 못했다

학교 다녀온 아이가 "엄마 누구는 수영 갔었다는데 난 왜 안간거야?" 하고 묻길래 이리저리 물어본 끝에 벌써 수영수업이 시작됐다는걸 알았다. 엉엉 무심한 엄마를 용서해라.

수영 방과후 때 다른 아이들은 거의 엄마가 씻기고 옷입는 것도 돌봐주고 있었지만 우리 아이는 내가 해줄 수 없으니까 전날 저녁 또 다시 하드 트레이닝.

"자 갈아입을 속옷과 겉옷은 여기 있고 이건 샴푸고 이건 바디워시...여기에 워시를 바르고 거품을 내서...혼자 다 하고 나와봐 알았지? 수영을 하고 싶어한건 너니까 씻고 머리 말리는 것도 혼자 할 수 있어야 해. 안그러면 엄마는 수영선생님한테 '우리 아이는 아직 수영을 다닐 준비가 안됐어요'라고 전화를 하는 수 밖에 없어...할 수 있지?"

아이는 샤워후 바디로션을 꼼꼼히 바르는 미션까지 완수!!!

짝짝짝 잘한다 내딸~~.

'겨우 1학년인데 아이가 이걸 어떻게 해' 하고 걱정했던 일들에 대해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해 내고 있었다. 내가 걱정이 많았던 것이었다.

오전은 학교 가서 학부모 노릇하랴, 오후에 출근해 매일밤 12시에 퇴근하고 이런 생활이 일주일 내내 반복됐다.

몸이 힘든것도 힘든건데 정신적으로 집중이 안되는게 더 컸다. 몸이 지상에서 30cm정도 떠서 다니는듯한 뭔가 머엉~~~한 느낌.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안잡히고 마음은 온통 아이의 교실에 가있었다. 지금 돌봄교실에 가 있어야 할 시간인데 다른 데 있는건 아닌지. 수영 수업후 머리는 말렸을지.

'내가 이렇게 모성애가 강한 엄마였나'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생각보다 학교 생활을 잘 해 내고 있었다. 학교란 곳은 1학년 입학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의 것들만 시키는 곳이라 너무 걱정 많았던 내가 역시 문제였다.

그렇게 늘 내 품에만 있을것 같던 아이가 학교라는 사회에 적응해 갔고 또 한 발자욱 내게서 멀어진 것 같아 아쉬워졌다. 막상 혼자 잘하니까 서운한 이 기분은 뭐고 바쁜 엄마 원망 않고 항상 밝게 지내는 딸이 고마워 가슴이 아련한 이 기분은 또 뭔지.

"엄마는 나보다 회사가 그렇게 좋아?" 질문하던 아이 앞에서 일부러 보란듯이 "그럼~. 엄마는 회사가 너무 재밌어! 회사 출근하는게 신나서 아침마다 너무 출근이 기다려져! 넌 학교가 안재밌어?"했더니 질투나는지 입술을 삐쭉 내밀던 딸.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이말처럼 내가 못해주는 부분에 죄책감 갖지 말고 항상 믿어주고 사랑해주기만 하면 아이도 기대만큼 바르게 자랄 수 있다고 믿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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