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인 초청 청와대 만찬
중기인·소상공인 등 32명 초청 간담회
"음식값 올리지 않아도 되도록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이겠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엔 예산도 중요…김동연 부총리가 지원을" 즉석 요청
재기 기업인에게 신발 선물…청와대 "열심히 뛰시라는 의미"
초청 배제 소상공인연합회장 "힘들어하는 얘기도 들어야"
[ 손성태/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안착을 올해 초반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16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취임 후 첫 청와대 만찬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안착되면 소비를 늘려 내수가 확대되고 우리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 등 업계 대표 6명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인과 소상공인 32명이 초청됐다.
◆정부지원책 설명에 긴 시간 할애
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업계의 불만을 의식한 듯 이 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을 설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시행 중인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과 1조원 규모의 사회보험료 경감대책을 소개한 뒤 “인건비보다 부담이 큰 카드 수수료와 상가 임대료,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할 추가 대책도 조만간 내놓겠다”고 말했다.
초청 대상자 중 한 명인 음식점 사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음식값을 올려야 할지 고민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음식값을 올리지 않고도 지금처럼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물론 예산을 관할하는 기획재정부의 협조도 필요하다”며 배석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즉석에서 지원을 요청했다. 김 부총리는 “노력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인건비보다 부담이 큰 카드 수수료와 상가 임대료,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할 추가 대책도 조만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또 중소기업의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약속어음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청년 신규고용 확대를 위한 자금 지원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오는 3월께 10조원 규모 혁신모험펀드를 출범시키고,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대상기업을 올해 2000개에서 2022년 2만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초대 배제
환담 후 이어진 만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과 관련한 우려도 나왔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소득주도성장이 이뤄지려면 고용이 줄어서는 안되지 않으냐”며 “정부가 국회와 협력해 노동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스마트공장 예산 확대 등과 같은 애로사항만 공개하고, 노동정책 관련 참석자들의 건의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뒤늦게 취재진이 확인을 요청하자 그제야 “음식값을 올려야 할지 걱정”이라는 음식점 주인의 발언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날 소상공인을 초청하면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뺐다. 최 회장이 평소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을 펼쳐 초대에서 제외됐다는 뒷말이 나왔다. 중견기업을 대표하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역시 초대에서 배제됐다.
최 회장은 청와대 간담회에 초청받지 못한 것과 관련해 “아쉽다”며 “정부는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 메뉴로는 겨울철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 전복, 문어 등 해산물과 전북 고창 풍천장어를 비롯해 설렁탕과 막걸리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설렁탕은 1990년부터 매달 어르신 100여 명을 초청해 지금까지 3만2000여 명의 어르신을 대접해 온 문화옥에서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건배주는 2015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가평 잣 막걸리가 선정됐다.
문 대통령은 만찬이 끝난 뒤 재기 기업인에게 신발을 선물했다. 신발은 이날 참석한 삼덕통상에서 만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열심히 뛰라는 의미에서 신발을 선물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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