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하지 않으려면 보호자는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와야 합니다. 가족이라는 사실을 병원에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죠. 의료계 혼란만 커질 우려가 큽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다음달 4일 연명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줄이겠다고 만든 제도가 오히려 무의미한 치료를 부추길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는 임종을 앞둔 환자의 생명 연장을 위해 시행하는 심폐소생술, 기관 삽관, 인공호흡기 치료,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높이고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기 위해 오는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시행한다.
지난해 10월1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실시한 시범사업 동안 말기 암 환자 등 43명이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존엄사를 택했다. 임종기에 접어들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환자는 94명이다. 향후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국민도 9370명이었다. 시범사업 초기 한 달 동안 2197명이 작성한 것에 비하면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국민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은 의사 두 명이 임종기라고 판단하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는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생전에 연명의료 거부 뜻을 밝혔다고 가족 중 두 명이 인정하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나머지 환자는 부모, 배우자, 자녀 등 가족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국민이 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연명의료법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이 시행되면 환자 본인의 의사 표시, 가족 동의, 의사 두 명의 판단 없이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 요양병원처럼 근무 의사가 적은 병원에서는 연명의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종기를 판단하는 의사 두 명 중 한 명은 죽음에 이르게 된 질환 전문의여야 하기 때문이다. 연명의료를 원치 않을 경우 환자를 대형병원으로 보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임종기 의식 없는 환자에게 복잡한 연명의료계획서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지금처럼 가족 대표자 등 환자 보호자에게서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DNR)만 받아도 존엄사가 허용되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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