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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잊혀진 프랑스 '검은 영웅'… 삼총사·몽테크리스토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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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몽테크리스토

톰 라이스 지음 / 한정은 옮김 / 영림카디널 / 582쪽│2만원



[ 서화동 기자 ] “무슈 뒤마의 가죽을 긁어보시오. 야만인·검둥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오!”

《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 등이 인기를 끌자 비평가들은 소설을 쓴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를 이렇게 공격했다. 동료 소설가인 오노레 드 발자크조차 뒤마를 “저 검둥이”라고 불렀다. 1850년대 신문들은 그의 문학 활동을 비웃으며 온갖 인종차별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을 갖다 붙였다. 뒤마가 백인 주인공들을 산 채로 스토브에 넣어 끓여놓고 유럽인의 피를 맛보려는 듯 사악하게 바라보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뒤마가 백인과 흑인 사이에 태어난 물라토의 핏줄이기 때문이었다.

인종차별은 뒤마만 겪은 게 아니었다. 프랑스 귀족과 흑인 노예 사이에 태어난 뒤마의 아버지는 프랑스 혁명에 참여하고 나폴레옹을 도와 혁혁한 전과를 세운 장군이었지만 나폴레옹에게 버림받고 불우한 최후를 맞았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 톰 라이스가 쓴 《검은 몽테크리스토》는 소설가 뒤마의 아버지인 토마 알렉스 뒤마(그림)의 극적인 삶을 재구성한 책이다. 서한, 일기, 회고록, 필사본, 신문 스크랩, 전장 보고서 등 방대한 문헌 및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소설을 읽는 듯한 스토리텔링에다 프랑스 혁명사의 어두운 모습까지 담아내 2013년 퓰리처상(자서전·전기 부문)을 받은 작품이다.

1762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카리브해의 생도맹그(현 아이티공화국)에서 태어난 아버지 뒤마는 12세 이후 프랑스로 돌아와 살기 시작했다. 후작인 아버지 덕분에 생활은 넉넉했지만 그는 아버지가 물려준 이름을 거부하고 어머니의 성인 ‘뒤마’를 선택했다. 누가 봐도 아프리카 흑인의 후예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피부색이 검었던 그는 귀족의 특권을 포기하고 최하급 사병으로 입대했다. 180㎝가 넘는 당당한 체구에 뛰어난 체력과 검술 실력,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내는 지휘력까지 갖춘 그는 숱한 전공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다. ‘미스터 휴머니티’라고 불릴 정도로 성품까지 훌륭했다. 불과 31세에 모든 장교와 병사의 지지를 받는 장군이 됐고 마침내 5만 명의 군대를 지휘하는 사령관이 됐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신념 때문에 나폴레옹과 갈등을 빚으며 불운한 최후를 맞게 된다. 1799년 이집트 원정에서 돌아오던 길에 이탈리아 타란토에 표류해 억류된 그는 재판도 받지 못하고 지하감옥에서 고된 포로 생활을 겪어야 했다. 1801년 6월 프랑스로 돌아온 뒤에도 차별에 시달렸다. 대혁명 시기 장군들은 모두 나폴레옹이 만든 프랑스 최고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지만 뒤마는 서훈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폴레옹이 노예제를 부활시키면서 연금까지 박탈당했고 가난에 시달리다 44세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 뒤마가 네 살 때였다.

누구보다 훌륭한 군인이었으나 차별받고 외면당한 아버지 뒤마가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들 뒤마는 씁쓸하고 쓸쓸했던 영웅의 드라마틱한 삶을 작품 곳곳에 녹여 넣었다. 식민지에서 살다 파리에 도착한 아버지 뒤마의 이야기는 시골 출신으로 파리에 도착해 사교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삼총사》의 주인공 다르타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다르타냥이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등 삼총사의 다른 주인공들과 같은 날 오후 연달아 결투를 벌이는 장면도 뒤마가 실제 검술학교에서 겪은 일이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가 모함으로 억울하게 요새 감옥에 갇히는 설정 역시 아버지의 이탈리아 포로 생활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저자는 노르망디 출신 귀족인 장군 뒤마의 아버지가 식민지였던 생도맹그로 옮겨간 이야기부터 장군 뒤마의 어린 시절과 프랑스 대혁명기의 군대 생활, 나폴레옹과의 갈등과 불행했던 최후까지를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했다. ‘혁명의 거리’ 파리의 생동감, 그 뒤편에 도사린 음모와 암투, 날로 잔인하고 포악해져 가는 민중, 파벌 간 쟁투로 끊이지 않는 정변 등을 마치 현장에서 스케치하듯 생생하게 전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세상의 모든 차별을 철폐하고자 했던 프랑스 대혁명이 또 다른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를 촉발시켰다고 지적한다. 자유, 평등, 박애를 극단적으로 외치던 사람들이 또다시 그 이름으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장군 뒤마는 이런 가운데서도 가문의 배경이나 이념적 색깔에 상관없이 희생자들을 보호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프랑스 남부에서 일어난 왕정주의자들의 반란에 투입됐을 땐 도처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자신의 직위를 걸고 진압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 장군 뒤마는 잊혀진 ‘검은 백작(Black Count)’일 뿐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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