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기업의 코스닥 시장 상장 지원을 위해 상장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잠식 및 계속사업이익 요건을 폐지하면서 기존 상장 요건의 틀에 맞추기 어려웠던 혁신기업에도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행 코스닥 상장 요건은 기업의 수익성 중심으로 구성돼 계속사업이익을 갖출 것이 전제 조건이다. 여기에 시가총액, 매출액, 자기자본 등을 추가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잠재력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상장 제도를 개편, 계속사업이익과 자본잠식 요건을 폐지하고 세전이익·시가총액·자기자본 등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상장이 가능하도록 단독 상장요건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테슬라 요건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의 '공모주 환매청구권'(풋백옵션)완화를 위해 금융투자협회의 인수업무 규정을 상반기 중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시대 흐름에 맞춘 상장제도 개편으로 초기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등으로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계속사업이익 요건을 갖추지 못했던 혁신기업에도 코스닥 입성 기회가 열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해 "형식적인 재무요건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보겠다는 뜻"이라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향후 한국의 경제성장동력이 결국 코스닥 기업에서 나오게 될 것이란 점에서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계속사업이익과 자본잠식 요건 폐지로 인해 코스닥 시장에서 자본조달을 포기해야 했던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IPO 업계에서는 '야놀자', '쏘카' 등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기업들과 '카카오게임즈', '포도트리' 등 기업들의 상장 채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회붕 미래에셋대우 IB1부문 부장은 "성장성을 갖췄더라도 투자 등으로 일시적으로 이익이 부진한 기업의 경우 요건 자체가 충족이 되지 않아 IPO를 하지 못한 사례가 빈번했다"며 "단기적으로 이에 해당하는 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수년간 O2O 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해당기업들이 오랜 시간 전에 만들어진 현재 상장요건을 맞추기는 어려웠다"며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규제의 틀을 개선해 IT 플랫폼기업에 더 공정한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제도 개편을 통해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진욱 신한금융투자 ECM부서장은 "향후 코스닥 시장 상장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나스닥과 같이 성장성 높은 기업에 대해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부여하는 분위기가 정착해 제도 개편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도 "그동안 기술특례 상장제도 등을 통해 코스닥 시장의 투자 문화가 꾸준히 성숙해 왔다고 본다"며 "향후 자본시장에서 성장동력을 갖췄지만 수익이 정상궤도에는 오르지 않은 혁신기업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점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번 방안으로 비상장 외감대상 기업 중 2800개가 잠재적 상장대상으로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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