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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가상화폐 본질은 21세기 권력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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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권력의 개입 없이 출현한 가상화폐
산업시대 중앙집중형 질서의 종언을 상징
탈중앙 디지털 신질서의 확산 못 막을 것

김경준 <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2017년에 이어 신년에도 가상화폐는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의 단위당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100만원대에서 2000만원대 중반으로 상승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투자열풍이 몰아쳤다. 각국 금융당국에서 각양각색의 대응책과 규제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가상화폐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일반인들의 대화에서도 투자경험담이 화제가 되는 가운데 방송사 연예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다룰 정도다.

미국 달러를 정교하게 위조한 ‘슈퍼노트’를 국가차원에서 제조해 유통시킨 범죄 전력이 있는 북한은 전 세계의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하면서 외화를 조달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진다.

가상화폐의 거품논쟁이 달아오르고 가격 전망이 관심을 끌지만 이는 피상적 현상에 대한 갑론을박에 불과하다. 가상화폐의 본질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권력이동이다. 정보화 혁명 이후 네트워크 확산에 따른 권력이동이 통화 분야에서 가상화폐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1990년 《권력이동》에서 예견한 대로 통화가 정보를 닮아가면서 상징체계의 즉시적 전달과 보급에 의존하는 초(超)기호경제(super-symbolic economy)의 시대가 도래했다. 실물이 농업사회 ‘제1물결’, 지폐가 산업사회 ‘제2물결’을 상징하며 정보사회에서는 ‘제3물결’의 상징인 ‘디자이너 통화’가 출현하리라는 예측이 오늘날 가상화폐 형태로 나타났다.

인간세계의 질서를 생성하는 힘인 권력의 원천은 물리력, 부, 지식 세 가지다. 정보화 시대에는 네트워크를 통한 광범위한 지식의 이전으로 급속한 권력이동이 일어나는 특징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세기 중반 제조기업들이 누리던 주도권은 바코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 고객들의 구매데이터를 활용하는 유통기업으로 넘어갔다. 과거 미국 의사들은 라틴어로 처방전을 작성하면서 환자들에게 신과 같은 권위를 가졌다. 오늘날 환자들이 인터넷으로 다양한 의료 정보에 접근하게 되면서 의사들은 권좌에서 내려왔다. 과거 정보의 독점으로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던 국가권력조차 네트워크로 연결된 각종 민간단체들의 영향력을 의식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권력이동 관점에서 가상화폐의 출현은 국제기구, 국가, 중앙은행 등 기존 권력의 개입 없이 형성된 순수한 민간인들의 자발적 네트워크로 글로벌 차원의 탈중앙 통화질서가 수립된 문명사적 사건이다. 기존 체제의 어떤 기관도 가치를 보증하지 않으며 시스템을 운영하는 허브도 없는 분산형 네트워크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거래에 참여하고 시세가 형성되는 가상화폐는 산업시대의 중앙집중형 아날로그 질서가 종언을 고하고 탈중앙 디지털 신질서가 수립되는 전환기를 상징한다.

이런 변화는 정보화 혁명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진행돼 왔다. 구축과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아날로그 네트워크들은 국가 단위나 거대 기업들만이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되고 개방되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출현하면서 질서변화가 일어났다. 개인이 PC와 프린터만 있으면 책을 인쇄하고, 영화사나 방송국만 제작 가능했던 동영상을 개인이 디지털 카메라로 손쉽게 제작한다. 나아가 개인이 만든 텍스트, 사진, 동영상을 스마트폰이나 PC를 활용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블로그 등의 플랫폼을 경유해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유통시키는 ‘1인 미디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또 전통적으로 은행은 지점망과 폐쇄적 전산망을 기반으로 하는 아날로그 네트워크 사업이었다. 하지만 은행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자금이체가 가능해졌다. 소위 핀테크(금융기술)로 통칭되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면서 신생 결제사업자들이 기존 은행들보다 저렴하고 신속하며 만족도 높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탈중앙 가상화폐 출현은 아날로그 시대의 통제형 중앙집중적 권력구조가 붕괴되고 디지털 시대의 분산형 자율적 질서로 이행하는 권력이동의 정점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인 국가와 중앙은행이 가상화폐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규제를 통해 순치시키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가상화폐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디지털 신질서의 확산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김경준 <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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