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남북 고위급 회담 오전 10시 평화의집서 시작
북한 평창 참가에 집중…북핵은 의제 오를지 미지수
북한, 한·미 훈련 중단 등 무리한 요구땐 파국 우려도
문 대통령 "남북 대화 성공 위해 우방과 협력 필수"
[ 김채연 기자 ] 남북한은 9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사항을 우선 논의한다. 2015년 12월 이후 25개월 만에 재개되는 당국 간 대화인 만큼 이산가족 상봉이나 군사 문제를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전망이다. 남북 회담을 정례화하거나 북핵 문제까지 다룰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분야 논의도
이번 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평창 올림픽·패럴림픽의 북한 참가와 관련해 논의를 집중하겠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산가족 문제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 개선의 상호 관심사항, 특히 지난해 7월17일 제의한 시급성이 있는 그런 부분들이 중심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창 올림픽뿐 아니라 작년 7월 우리 정부가 북측에 제안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 대변인은 “차관 주재 전략기획단 회의, 장관 주재 전략회의 등 유관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회담 전략을) 수립했으며,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협의를 거쳐 확정했다”며 “회담 대책은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평창 올림픽 개막 때까지 실무 협의체를 꾸려 후속 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다.
북핵 문제 다룰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남북대화와 관련, “대화의 성공을 위해 우방국과의 협력,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새로 임명된 대사들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며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므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등의 정세 관리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평창’을 매개로 성사된 남북대화를 이산가족 상봉 및 군사적 긴장 완화 등 남북관계 개선, 나아가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남북이 9일 첫 만남에서 북핵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 대변인은 북핵 문제가 의제로 오르느냐는 질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천안함 피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회담을 앞두고 회담 상황이나 의제에 대해 여기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남북한이 관계 개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향후 남북회담이 정례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담 대표단에 통일부 장·차관이 동시에 포함되고, 회담 준비 과정에 통일부를 중심으로 유관부처가 모두 참여한 것은 남북 회담 정례화를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논의에 실질적 진전을 이룬다면 당장 군사회담 개최, 오는 2월 설 명절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조 장관도 “워낙 중요한 시기에 열리는 회담이고 국민이나 국제사회의 관심이 많은 만큼 성실히 잘 준비해서 회담에 임하겠다”며 “회담이 이번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회담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나 중단 같은 우리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면 회담 분위기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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