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역습
'3중고' 중소기업의 비명
인건비·원자재값 치솟고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 전설리/조아란 기자 ] “작년 9월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한국인 근로자 5명을 내보냈어요. 최근 원부자재 가격마저 올라 모든 생산 운영 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입니다. 공장 문을 닫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대구비산염색단지에서 30인 규모의 양말제조업체를 운영하는 K사장의 말이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원자재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까지 겹치자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 등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아예 공장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하는 업체도 많다. K사장은 “산업단지 내 직원 수 300인 이상의 사정이 좀 나은 공장들은 동남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5인 이하 영세 사업장은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아내 아들 딸 친척까지 불러 가족끼리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대한니트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니트의 주원료인 스판덱스 가격은 석 달 만에 25~30% 치솟았다. 유가 상승으로 스판덱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폴리테트라메틸렌에테르글리콜(PTMEG)의 국제 가격이 올라서다. 우모 가격도 1년 새 두 배 상승했다.
가구업계도 힘들어졌다. 목재가격 상승으로 합판가격이 20%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시공 가격도 상승했다. 마룻바닥 3.3㎡(평)당 시공 노임은 3개월 새 1만원에서 1만8000원으로 80% 급등했다. 마룻바닥 시공업체를 운영하는 L사장은 “최저임금이 급등한 여파”라고 말했다.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난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는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사포산단에 있는 열처리업체 삼흥열처리의 주보원 대표(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는 “열처리 등 주야 교대로 일하는 풀뿌리산업 근로자는 대부분 50~60대”라며 “공고를 내도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힘든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영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인력 대부분은 외국인 근로자”라며 “이들은 소득의 80%를 본국으로 송금하기 때문에 정부가 제도 도입 효과로 꼽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설리/조아란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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