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14) 파네라이
이탈리아 명품 스포츠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
[ 민지혜 기자 ] 남자들의 패션은 손목시계로 완성된다. 시계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의 취향과 성격, 정체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묵직한 시계를 자존심처럼 중시하는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부류가 ‘파네리스티’다. 이탈리아 명품 스포츠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의 모임이다. 2000년 자발적으로 온라인에서 활동을 시작해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하고 있다. 이탈리아 해군들의 방수시계였던 파네라이는 1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남성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해군 잠수부 시계로 출발
파네라이는 지오바니 파네라이가 186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매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이곳은 피렌체 최초의 시계 매장이자 시계 제작학교이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피렌체의 시계 제작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차린 공방이었던 것이다. 첫 매장의 이름은 ‘지오바니 파네라이&C 시계방’이었는데 이곳은 학계와 출판계, 시계 애호가들이 만나 시계에 대해 얘기하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파네라이가 유명해진 건 1935년 이탈리아 왕실 해군의 시계를 제작하면서다. 당시 해군은 잠수부가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야광시계를 찾던 중 ‘깊은 수중에서 압력을 견디면서 가독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어줄 것을 유명 시계 제조사들에 요청했다. 수중에서도 시간을 선명하게 읽을 수 있고 튼튼한 시계는 파네라이뿐이었다. 그때 만든 군 전용 프로토타입 시계는 10개만 한정 생산됐다.
이를 기반으로 출시한 제품이 지름 47㎜ 크기의 ‘라디오미르 1940’ 시계다. 8일 동안 태엽을 감지 않아도 자동으로 시계가 구동되는 제품으로 방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었다. 시계 케이스와 러그(다이얼과 스트랩 연결 부분)를 일체형으로 설계해 방수성을 높일 수 있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다이얼을 여러 겹의 샌드위치 형태로 만든 것도 지금까지 파네라이를 대표하는 디자인이자 기술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광으로 반짝이는 라디오미르는 금속 부분에 직접 칠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나 아크릴로 된 작은 밀폐형 튜브에 담아 다이얼 위에 주입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시간을 알 수 있게 제작한 것이다. 이 기술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특허로 등록됐고 파네라이를 대표하는 제품군으로 자리잡았다.
묵직한 스포츠 시계로 인기
파네라이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1995년 미국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탈리아 여행 중 파네라이에 매료되면서부터다. 당시 스탤론은 1996년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데이라잇’에서 그를 위해 특별 제작한 시계 ‘루미노르 슬라이테크’를 착용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해군들의 잠수용 특수시계’로 시계 수집가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었다. ‘데이라잇’ 개봉 이듬해인 1997년 리치몬트그룹은 파네라이를 인수했다. 독창적이면서 전통에 충실하고 콘셉트가 확실한 시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해부터 파네라이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 참가했다. 파네라이가 ‘독보적 콘셉트의 럭셔리 스포츠 워치 메이커’로 알려진 계기다.
파네라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끄는 시계는 ‘루미노르 1950 8 데이즈 GMT 아치아이오’다. 지름 44㎜ 시계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입체적인 돔글라스 형태의 시계다. 깔끔한 디자인과 날짜창, 24시간 인디케이터, 100m 방수기능, 수동으로 태엽을 감는 기계식 시계라는 점 등이 인기를 끈 요소였다. 파네라이가 자체적으로 처음 개발한 무브먼트(동력장치)를 장착했다. 6시 방향에는 독특한 사다리꼴의 인덱스가 직선으로 오가면서 잔여 동력을 표시해준다. 가격은 1400만원대.
최신 제품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시계는 ‘루미노르 두에 3 데이즈 아치아이오’다. 42㎜ 크기로 9시 방향에 스몰 세컨즈 기능이 탑재돼 있다. 무엇보다 두께가 10.5㎜로 파네라이 시계 중 가장 얇다. 너무 크고 묵직한 시계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다. 두께와 무게를 줄이면서도 고유의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했다. 가격은 900만원대. 72시간 파워리저브(태엽을 감지 않아도 자동으로 구동되는 시간) 기능을 갖췄다.
파네라이 관계자는 “희소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특히 몇 점 생산하지 않는 한정판 시계를 찾는 수요가 국내에도 많다”고 말했다. 명품시계 신흥강자로 손꼽히는 파네라이는 이탈리아 본사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스위스에서 생산과 물류를 맡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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