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서 기자 ] 요즘 날짜를 적을 때면 무심코 ‘2017’이라고 적었다가 ‘7’을 ‘8’로 고친다. 작년에 있었던 일을 말하며 “올해 말이야” 하고 입을 뗀다.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 2017년을 말끔히 떠나보내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작년 초 ‘올해 좋은 책 많이 읽어야지’라고 결심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쫓기듯 한 해를 흘려보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국내외 독자들이 택한 ‘올해의 책’을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손에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온라인 서점 YES24 독자들이 뽑은 ‘2017년 올해의 책’ 1위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었다.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 오늘날 한국 여성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 차별을 직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5월 청와대 오찬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책을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가 2위에 올랐다.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도 순위에 올랐다. YES24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시대상을 적극 반영한 책이 1, 2위에 올랐다”며 “작년 서점가의 키워드였던 ‘페미니즘’과 ‘동시대성’ 가운데 올해도 페미니즘과 관련한 신작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집계한 2017 베스트셀러 1~10위에 따르면,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소설 《원더》다. 이 소설은 선천적 안면기형을 갖고 태어나 헬멧 속에 자신을 숨겼던 10세 소년이 처음으로 학교에 간 뒤 겪는 1년간의 사건사고를 다룬다. 장애에 대한 시선, 학교폭력 등 현실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2위에 오른 시집 《밀크 앤 허니》의 국내판 부제는 ‘여자가 살지 못하는 곳에선 아무도 살지 못한다’다. 저자 루피 카우르는 인도 펀자브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성장한 여성 작가다. “매번 당신은 사랑해서 소리 지른 거라고 말하지만 그건 당신 딸에게 분노를 사랑이라 가르치는 꼴(딸을 둔 아버지에게)” 등 본인이 여성으로서 경험한 폭력과 차별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 7위에 오른 《힐빌리의 노래》 역시 ‘오늘, 지금, 여기’에 충실한 책이다. 미국 러스트벨트(쇠락한 옛 공업지대)에서 성장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백인 노동계급의 정서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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