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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민노총이 말하는 '약자'는 대체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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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파트타임 청소노동자 출근 막는 '노조의 갑질'

'약자 위한 투쟁' 이라지만…
퇴직자 일자리 알바로 채우자
"기존 형태 노동자 고용" 요구
몰래 청소하면 '당직' 서며 막아

"살길 막막한데 일 못하게 막나
귀족노조 영향력 키우려 투쟁"
파트타임 노동자들 울분 토로



[ 성수영 기자 ] 4일 오전 6시 연세대와 고려대 캠퍼스 곳곳에서 난데없는 육탄전이 벌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소속 청소노동자들이 출근해 일하려는 파트타임 청소노동자를 막고 나선 것이다. 파트타임 청소노동자들은 결국 출근을 포기하고 타고 온 승합차로 귀갓길에 올라야 했다.

민주노총의 출근 저지 투쟁은 지난 2일 시작됐다. 학교 측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으로 정년퇴임한 청소노동자들 자리에 파트타임 노동자를 고용한 뒤부터다. 정년퇴임한 청소노동자 자리를 기존 청소노동자와 같은 형태로 고용해 채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일에는 두 학교 총장이 참석한 시무식에서 각각 100여 명의 청소노동자가 난입해 고함을 지르는 소동도 벌어졌다. 고려대에서는 5일 민주노총과 학생들이 연대한 집회가 중앙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학교가 파트타임 노동자 고용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게 민주노총의 방침이다. 이들은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계약 이행을 위해 저녁에 ‘몰래 청소’를 하자 건물마다 조를 짜 교대 근무까지 서가며 청소를 막는 치밀함도 보였다.

‘약자를 위한 투쟁’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서경지부 고대분회 관계자는 “파트타임 청소노동자는 식대와 명절 상여금도 지원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위한다는 ‘약자’들은 민주노총의 개입에 냉소적이다. 엉뚱한 투쟁 때문에 일자리를 얻자마자 곤경에 처했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 파트타임 노동자는 “민주노총 측이 자기네 자리를 뺏긴다고 생각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저들(민주노총)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면 명절 상여금은커녕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 무슨 소리냐”고도 했다.

‘약자를 위해 약자들의 출근을 저지한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의 이면에는 민주노총의 대학 ‘지분’ 강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대학가 투쟁에서 연전연승을 거뒀는데 올해 홍익대가 일부 청소노동자 고용승계를 거부하며 반기를 들자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투쟁 현장에서도 ‘대학이 돈다발을 쌓아놓고 있다’는 단골 구호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대학 적립금은 사내유보금처럼 회계상 개념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전직 총장은 “적립금은 연구시설 등 4차 산업혁명 대비 투자를 포함한 회계상 개념일 뿐”이라며 “마치 현금을 쌓아둔 것처럼 호도하는 게 저들의 오래된 수법이지만 아무리 반박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청소노동자는 무조건 약자라고 생각하는 감성적 여론도 문제로 꼽힌다. 연세대의 한 교직원은 “재정 악화로 지난 10여 년간 교직원의 임금도 동결됐다”며 균형잡힌 시각을 주문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귀족노조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청소노동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약자의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다는 우려에 민주노총은 ‘No’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까.

성수영 지식사회부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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