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후원 '빈익빈 부익부'
"옥석 가리는 안목 부재"
[ 이관우 기자 ] “올해 같은 해는 처음 겪네요.”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K씨는 4일 “업계 밥을 10년 넘게 먹었지만 이렇게 안 풀리는 해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2018시즌 여자 프로 골프 ‘스토브 리그’가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차가 ‘역대 최고’라는 푸념이다. 골프단 창단 시장은 뜨겁다. 동부건설과 가구업체 넥시스, 태양광 세계 1위 한화큐셀 등 여자골프단 창단이 줄을 잇고 있다. 2017년 시즌 대세 ‘핫식스’ 이정은6(22)가 대방건설과 24억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터뜨렸고, 전인지(24)가 ‘골프명문’ KB금융그룹과 후원계약을 맺는 등 스타급 선수 영입 경쟁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루키 후원 시장은 예외다. 예년 같지 않게 관심도가 뚝 떨어졌다. 신인 선수 4명의 후원사를 물색 중인 S사는 지금까지 메인스폰서 계약률이 ‘제로(0)’다. 지난해 말부터 20곳 넘게 선수 프로필을 돌렸지만 소득이 없다. 이 회사 C대표는 “우승 경력만 찾는 쏠림 현상이 올해 특히 강하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챔피언급 1명과 성적 우수 선수 1명, 신인 1명 등 ‘3인 1조’ 패키지 트렌드가 두드러졌는데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지갑을 닫자 해외기업을 접촉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올해 1부 투어 대회 전체 출전권을 따낸 2부 투어 상금 순위 상위자 가운데 새 둥지를 확정한 루키는 아직까지 없다. 지난해 11월 끝난 시드전(올해 투어 출전권 순위 결정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도 감감 무소식이다. 그나마 시드 58위로 1부 투어 출전권을 따낸 ‘장타자’ 장유미(22)가 4일 넵스와 후원 계약을 맺어 ‘계약 제로 행진’을 가까스로 끊었다. 해마다 후원경쟁이 치열했던 국가대표 출신들은 연령 미달 또는 시드전 탈락으로 1부 투어 신규 진입에 모두 실패했다. 국가대표 이가영(19)만 시드 없이 NH투자증권에 둥지를 튼 상태다.
업계에선 ‘괴물 루키’의 부재를 이 같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올해 공식 루키 시즌을 맞는 최혜진(19·롯데)을 빼고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히든 챔피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후원기업들의 속내다.
국내 한 대기업 골프단 관계자는 “해외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했다거나 2부 투어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입증한 선수들이 없다 보니 자신 있게 윗선에 영입을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최근 1~2년 새 시드전과 2부 투어를 통해 1부로 올라온 선수들이 우승이 없는 등 이렇다 할 활약을 해주지 못한 것도 ‘신입 채용’ 대신 ‘경력 입사’를 선호하는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매니지먼트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C사 실장은 “지난해 대세로 떠오른 이정은6도 2016년 시드전 30위로 정규 투어에 올라왔었고, 박성현 전인지도 모두 2부 투어 출신”이라며 “옥석을 가려 육성하려는 장기적 안목의 부재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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