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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신년음악회로 새해 맞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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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 <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brkim@karts.ac.kr >


가장 문화적인 새해 행사는 신년음악회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에서 열리는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일 것이다. 현지시각 1월1일 오전 11시15분에 시작하는 이 음악회는 세계에 실황 중계돼 5000만 명의 세계인이 감상한다고 한다. 빈필의 신년음악회는 80년이란 유구한 역사를 지녔을 뿐 아니라 슈트라우스의 왈츠곡과 같이 밝고 경쾌한 레퍼토리로 인해 최고의 새해맞이 행사로 자리 잡았다.

조선시대에는 동짓날이나 설날 아침에 임금과 신하가 한자리에 모여 회례연을 열었다. 음식과 술을 나누며, 악공들의 악장 연주를 감상하는 국가적인 의례다. 예악의 제도를 완성한 세종 때의 의례가 가장 유명해 지금도 재현하고 있다. 군신 간이란 아무래도 엄격한 일방적인 관계인데, 쌍방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회례연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행사였을 것이다.

서울과 지방 여러 공연장의 1월은 신년음악회 달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신년음악회다. 1989년 시작해 한 해도 빠짐없이 열었는데, 딱 한 번 그냥 지나간 해가 있으니 바로 작년 2017년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가 참석하는 행사가 되다 보니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은 작년에는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그만큼 예술의전당 음악회는 정치적 의미가 컸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순수 클래식에서 국악과 재즈, K팝까지 연주하는 음악잔치로 바뀌었고, 주제도 ‘열정, 나는 대한민국이 좋다’ 등으로 이른바 ‘국뽕’ 관제 행사에 가까워졌다. 신년음악회의 정치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 올해 레퍼토리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등 순수 클래식으로 귀환했다.

회례연과 같이 원래 신년음악회도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한 행사였다. 1939년 나치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가 종용해 시작한 것이 빈 신년음악회다. 당시 오케스트라 단원의 40%가 나치 당원이었고, 레퍼토리도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것들이었다. 시작은 매우 정치적이고 배타적이었으나 동양인 지휘자를 초청하는 등 세계를 향해 개방하고, 음악의 순수함으로 회귀해 세계적인 음악회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가 정치적 행사였다 해서 도외시할 일은 아니다.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가 없는 순수한 예술행사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순수한 예술이 주는 행복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새해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김봉렬 <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brkim@kart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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