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애 펀팩 대표
[ 이선우 기자 ] “아직 환경이 열악하고 큰 수익을 얻지 못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해외 시장을 선점했다는 자부심이 더 큽니다.”
김지애 펀팩 대표(35·사진)는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잠원동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기업들이 나중엔 고맙다며 다음 행사 일정을 물어 볼 때 ‘정말 이 일을 시작하기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영어 좀 하는 젊은 여자가 해외에서 유령 행사로 사기치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믿고 찾아주는 열혈 고객도 많이 생겼습니다.”
올해로 설립 7년째를 맞은 펀팩은 2015년부터 3년째 미얀마 양곤에서 ‘한국상품전’을 여는 전시주최사(PEO)다. 2011년 회사를 세운 김 대표는 2005년 코엑스에 입사하면서 전시업계에 발을 들였다. 10여 년간 100여 개에 이르는 전시회를 연 그가 미얀마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미얀마 현지의 뜨거운 한류 열풍과 연평균 8%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미얀마는 아직 구매력이 낮은 잠재시장이라는 인식이 크지만 구매지표나 성장률만 놓고 보면 중국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하루 종일 한국 드라마를 틀어주는 전용 TV채널이 있을 정도로 한류 열풍이 뜨거워 프리미엄 콘셉트 행사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확신을 갖고 2년 동안 준비한 미얀마 한국상품전은 2015년 첫해 8000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다 쏟아 붓고 대출까지 받아 적자를 메웠죠. 처음부터 돈을 벌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음 번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지난해 김 대표는 주위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는 기업 위주로 행사를 열었다. 미얀마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의 재고떨이 행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었다. 현지 기업의 참여가 줄면서 행사 규모는 전년 대비 20%나 줄어들었다. 그는 “지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아직 미얀마에 진출하지 않은 새로운 한국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규모는 작아졌지만 참여 기업과 바이어의 만족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직원 6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인 펀팩을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글로벌 전시주최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펀팩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자산은 지난 3년 동안 미얀마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서 뷰티와 식품, 유아 등으로 전시회 종류를 하나씩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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