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외주제작 대책' 실효성 제고 지적
유재혁 문화부 기자 yoojh@hankyung.com
[ 유재혁 기자 ]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의 제작사 더 램프(대표 박은경)는 100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거뒀다. 관객 1218만 명을 모아 총매출 958억원을 올린 이 영화는 세금과 수수료, 제작비 등 제비용을 공제한 결과 240억원의 순익이 발생했다. 이 중 투자배급사 쇼박스 측이 60%, 제작사가 40%로 나누는 계약에 따라 더램프는 96억원을 받았다. 앞으로 주문형비디오(VOD) 수익도 10억원 이상 들어오게 된다. 비슷한 수익 구조로 21세기 들어 탄생한 ‘1000만 영화’ 15편의 제작사는 저마다 100억원 안팎의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역대 드라마 제작사 중 100억원 이상 번 곳은 2002년 ‘겨울연가’의 팬엔터테인먼트 하나뿐이다. 대부분 드라마 제작사는 원금을 회수하거나 제작비의 10% 정도 벌면 성공한 것으로 본다. 수익모델이 부실한 데다 저작권마저 방송사가 소유하기 때문이다. 15년 전 팬엔터테인먼트는 드물게 저작권을 보유한 덕분에 갖가지 파생상품으로 수익을 거뒀다. 저작권은 콘텐츠에 대한 기본권으로 그로부터 각종 수익을 낼 수 있는 판권(수출이나 재판매, OST,VOD)이 나온다. 영화제작사는 작품의 저작권을 투자배급사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판권 공유’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작사들은 입을 모은다.
종합대책에서는 저작권이 제작기여도에 ‘합리적으로 배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방송사의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합리한 협찬 배분, 저작권 양도 강요, 계약서 작성 거부 등을 금지하는 방송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A제작사 대표는 그러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공동 소유한다’는 최소한의 원칙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며 “그저 합리적인 배분이라고만 하면 협상력이 큰 방송사가 저작권을 가져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힘있는 드라마 제작사의 10% 미만이 저작권을 방송사와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은 방송사가 제작비의 50~80%를 주고, 방영권 및 저작권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판권 수익의 일부를 제작사와 나누는 형태다. 방송사가 연출자 파견 및 인프라(세트와 장비 등) 사용 등을 명분으로 사실상 제작을 좌우하고 있어서다.
B제작사 대표는 “선진국에서처럼 방송사는 방영권만 사고 연출자 선정 등 제작은 제작사가 맡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사에 방영권만 팔 것인지 아니면 방송사 스태프(연출 등) 및 시설(세트 등)을 이용해 제작할 것인지 선택할 권리를 제작사에 줘야 한다는 얘기다. 제작비의 50~80%만 지급하면 갖게 되는 방송사의 저작권과 판권을 제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재혁 문화부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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