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단어를 조금 나쁜 뜻에서 쓴다.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은 채 일을 서둘러 끝내는 상황을 지칭할 때다. 그래서 미봉책(彌縫策)이라는 말을 써서 대강 일을 끝내려는 낮은 꾀를 가리킨다.
彌(미)는 시위에 화살을 올려 쏘려는 동작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로부터 일을 고치거나 틈을 메꾼다는 의미를 얻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아울러 화살이 퍼져나가는 경우를 상정해 ‘널리’ ‘두루’라는 부사적 쓰임도 얻었다고 본다.
뒷글자 縫(봉)은 꿰매다, 깁다 등의 새김이다. 재봉(裁縫)은 옷감을 이리저리 자르고 만지는 마름질(裁)과 서로 꿰매는 일(縫)의 결합이니 옷을 짓는 작업이다. 옷감을 재서 자르는 일은 재단(裁斷), 꿰매 잇는 일은 봉합(縫合)이다.
彌(미)라는 글자를 다시 생각해보자. 구름과 안개 등이 하늘 가득 퍼져 있는 경우를 미만(彌漫)이라는 한자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널리 번져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글자 뜻의 뚜렷한 한 흐름은 ‘두루’ ‘널리’ ‘광범위하게’ 등이다.
따라서 彌縫(미봉)이라고 적으면 결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널리, 두루 꿰매는 일이다. 우연히 드러난 단점, 자연스레 생긴 틈, 저질러진 실수 등을 잘 추려서 꿰매고 이어가는 작업이다.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동양 고전에서도 쓰임은 대개 그렇다.
보완(補完), 보결(補缺) 등의 의미에서 종내는 사람 사이의 간극을 메꾸려고 나서는 알선(斡旋), 조화(調和)의 뜻도 얻는다. 그러니 “그저 미봉책에 불과해”라는 맥락의 단어 쓰임은 매우 제한적이다. 옷감이 터져버리는 파탄(破綻)의 상황을 막으려면 우선 옷감을 아울러서 덧대 잇는 미봉(彌縫)이 필요해진다.
지난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과 합의한 내용도 그에 견줄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일본도 있지만 미래의 일본도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과거를 정리해 미래로 흐름을 이어야 한다. 재단(裁斷)과 봉합(縫合)이다. 지난 정부는 그를 시도했다. 미봉하면서 잘못도 있었겠지만 그 하자(瑕疵)만 찾는다면 우리는 맥을 잘못 짚는 것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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