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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헌 70년] 불법시위 연행 300명 vs 0명… 정권따라 법치도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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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끝 - 흔들리는 법치주의

정부 따라 달라진 법의 잣대
마포대교 퇴근길 교통대란, 시위대 해산 시도조차 안해
유죄 판결 강정마을 시위대에 '구상권 포기' 면죄부 논란
법치지수 10년째 '제자리'

'광장정치'가 국회 압도
"사회갈등 부추기고 대의민주주의 근간 위협"



[ 조미현 기자 ]
#1. 2013년 8월15일 ‘8·15 집회’ 참가자 1500여 명이 서울 종로2가 8차선 도로를 무단 점거했다. 당시 종로·을지로 일대는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경찰은 차벽을 치고 물대포를 발사해 해산을 시도했다. 현장에서 연행된 사람은 300여 명에 달했다.

#2. 지난 10월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민노총 건설노조) 9000여 명이 서울 마포대교 남단을 불법 점거해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 병력 5명이 부상당했지만 연행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법치마저 정치화

헌법의 기본원칙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뿐만 아니라 법치주의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법 적용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위에 대한 법의 잣대는 정부가 바뀐 뒤 극명하게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20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집회·시위 대응에 경찰력이 과도하게 낭비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민노총 건설노조의 마포대교 불법 점거 사태가 터졌지만 경찰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도로 교통을 방해한 집회 참가자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는 형법 185조는 헌법재판소가 2010년 ‘전원 합헌’ 결정을 한 조항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법치주의의 기본은 특정 이념이나 정파를 중심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법률에 명확히 존재하는 대로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과거 경찰의 과잉 진압도 비판이 가능하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시위 진압과 관련해 ‘현저한 위해’가 있을 때만 최루탄 등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를 과잉 진압한 것이 정권의 성향,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권한을 남용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김 교수는 “시위대든 경찰이든 각자의 규범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며 “법률이 아니라 이념적 관점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불법시위로 지연시킨 강정마을 주민 일부와 시민단체 인사들에 대한 34억원대 구상권 청구를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법치주의 포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이 지연되자 건설업체에 공사 지연 손실금으로 275억원을 물어줬다. 이 중 34억5000만원을 시위대에 청구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구상권 소송을 철회하고 세금으로 물어주기로 했다. 대법원이 불법시위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사안인데도 정부가 면죄부를 준 것이다.


◆여론정치가 대의민주주의 위협

문재인 정부 들어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헌법상 통치체제인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촛불집회에 이어 정권 교체까지 이뤄진 지 8개월이 흘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촉구와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주장 등과 같은 ‘광장의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조차 법과 시스템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광장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광장 정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다. 청와대는 ‘국민 여론’을 강조하며 온라인 청원 등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향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대표성이 왜곡될 우려가 있어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 부추길 것이란 비판도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한국의 민주화 30년’ 학술대회에서 “정치를 의회와 정당 중심으로 수렴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대신 광장에서의 운동을 중심으로 수렴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건 커다란 방향착오라고 생각한다”며 “대표성이 없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이 갈등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관리지수(WGI)의 법치 분야에서 한국은 지난해 1.14를 기록했다. -2.5에 가까울수록 법치가 이뤄지지 않고, 2.5에 가까울수록 법치가 구현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국의 점수는 세계은행이 통계를 작성한 1996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미국(1.67), 일본(1.38) 등 선진국에는 여전히 못 미칠뿐더러 지난 10년 동안 0.8~1.1대 사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은 -0.22, 북한은 -1.63이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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