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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수녀복 단추 달 때 행복… 평범한 것에 사랑의 옷 입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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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펴낸 이해인 수녀

기다리는 행복



[ 심성미 기자 ]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친언니(데레사 말가리다 수녀)처럼 착하지도 인내심도 없는 제가 50년 수도 생활을 했다니 스스로가 대견합니다. 시작할 때는 막연히 두렵고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말이에요. 평범하게 살았다면 누리지 못했을, 담백한 물빛 평화가 제 안에 있어 감사합니다.”

이해인 수녀가 새 산문집 《기다리는 행복》(샘터)을 펴냈다. 1968년 5월 부산 광안리 성베네딕도수도원에 들어간 수녀가 내년이면 수도서원을 한 지 50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 출간됐다. 그가 최근 6년간 쓴 산문과 편지와 함께 서원 첫해 쓴 일기 140여 편을 담았다. 수녀는 “평범한 것에도 늘 새로운 사랑의 옷을 입혀 살아보자는 뜻을 담은 글들”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온갖 사물들이 소재로 쓰인 글에는 이해인 수녀만의 ‘소박한 감사함’이 듬뿍 묻어 있다. 떨어진 수도복 단추 두 개를 달며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노래하고(아름다운 순간들), 오랜 세월 시를 쓴 덕분에 알게 된 이웃을 선물처럼 여긴다고 말한다(모르는 이웃과의 친교).

이해인 수녀는 2008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 왔다. 그는 “오히려 아픔이 나에게 축복의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수술받기 직전 주치의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지금도 외우고 있어요. ‘수녀님 한 몸 크게 수리해서 더 좋은 몸 받는다고 여기세요.’ 언어가 주는 영향력을 강하게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명랑 투병’하겠다고 큰소리쳤고 단 한 번도 병 때문에 푸념한 적은 없다”며 “그런데 항암 치료를 할 때마다 배를 덮던 분홍색 수건을 치료가 끝난 뒤 다시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털어놨다. “사물도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첫 시집 《민들레 영토》 이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40년이 지난 ‘원로 작가’지만 그에게도 아직 남은 꿈이 있다. “동화를 쓴다는 일이 썩 쉽지는 않은 것 같지만 꿈에서라도 영감이 떠오른다면 《어린왕자》 같은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책을 하나 쓰고 싶어요.”

수도서원 50년째인 내년은 되도록 외부 활동 없이 조용히 지내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공동체에 불편을 많이 끼쳤죠. 저 또한 수도와 작가 생활을 병행하느라 고단했어요. 내년에는 외부 활동을 줄이고 제가 소속된 베네딕도수녀회 수녀들 500여 명을 사랑으로 챙기는 한 해를 살고 싶습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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