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스니커즈가 오후 3시30분 현재 8만5000켤레 이상 사전예약 됐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후원사이자 총괄 라이선스 사업자인 롯데백화점은 올 겨울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기획 상품인 '평창 롱패딩'에 이어 '평창 스니커즈'가 연이어 '대박 행진'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수천명이 밤새 줄서서 구입한 평창 롱패딩(벤치파카)의 인기가 애초 기획물량의 4배가 넘는 사전예약에 힘입어 스니커즈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화점을 비롯해 패션 업계와 대학 교수, 증권사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이들 제품의 인기 비결을 파헤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7일 자정 기준으로 평창 스니커즈의 사전예약 물량은 20만 켤레를 돌파했다. 초기 생산 물량은 5만 켤레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홈페이지에서 평창 스니커즈의 구입 예약을 받기로 했었다. 6일까지는 3만 켤레에 불과했는데 마감 당일인 7일 하루에만 17만 켤레의 주문이 들어왔다. 롯데백화점은 해당 물량 만큼 추가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스니커즈의 인기 비결로 롯데백화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좀 더 많은 점수를 매겼다. '평창 스니커즈'는 롯데백화점이 롱패딩에 이어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기획 상품이다.
천연 소가죽 소재로 제작되는 평창 스니커즈의 가격은 5만원이다. 소가죽 소재의 일반 스니커즈 대비 50%가량 저렴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평창 롱패딩은 시중에서 팔리는 거위털 롱패딩 가격의 절반 수준인 14만9000원에 판매됐었다.
마진(이익)을 최대한 줄이고 대량 생산으로 원가를 낮춰 가성비 높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는 게 롯데백화점의 성공 비결이다. '평창 롱패딩'의 품절 대란을 지켜본 제조사 대표가 "'비정상가격의 정상가화'가 완판 비밀"이라고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가성비 다음으로 희소성(한정판)이 평창 롱패딩과 스니커즈의 인기몰이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희소가치라는 것은 남들이 갖지 못하는 걸 가질 수 있다는 기쁨을 주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여러 가지 수고스러움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롱패딩과 스니커즈의 사전예약 열풍을 진단했다.
롱패딩과 스니커즈의 열풍을 미러링(모방)과 집단동조화(편승 효과) 등과 같은 심리 현상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많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려고 같은 상품을 따라 사는 미러링 현상이 집단과 제3자에게 이어져 집단동조화로 이어지고 모든 연령대로 유행처럼 번진다는 것이다.
KB증권 김은지 의류 담당 애널리스트는 "롱패딩은 이번 겨울 시즌에서 가장 인기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꼽힌다"면서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집단동조화를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상품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 해당 상품을 사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는 편승 효과에 기반한 집단동조 현상"이라며 "더욱이 한정판으로 출시될 경우 집단동조 현상은 더욱 커지고 전 연령층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수 경기의 회복세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한파 역시 평창 기획 상품이 잘 팔리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달 말 발표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2010년 12월(112.7)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112.3)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생활형편이나 경기 및 수입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내수 의류 브랜드 매출액 성장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9월 소매판매액도 6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나타낸 바 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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