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보고서'
사회초년생 2명 중 1명 3000만원 빚진 채 출발
4년 가까이 월 61만원씩 지출
274만원 받던 여성근로자 경력단절 5년 후엔 143만원
[ 이현일 기자 ] 한국인은 평균 2959만원의 대출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월 원금 61만원을 상환하며 대출금을 다 갚는 데는 약 4년이 걸린다. 자녀 한 명당 사교육비가 47만원(고등학생 기준)에 이르러 노후를 위한 저축은 26만원에 그치고 있다.
신한은행은 세대별 경제활동 현황 등을 조사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의 내용 일부를 7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초년생(경력 3년 이하) 가운데 21%는 학자금대출이 있고, 신용대출을 받은 비율도 8%에 이르는 등 47%가 한 건 이상의 대출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가 지난 9월부터 11월 초까지 성별, 연령별, 지역별 분포를 고려해 만 20세에서 64세까지 전국 금융소비자 2만 명을 표본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전체 보고서는 내년 1월 발간할 예정이다.
◆공무원시험 준비 평균 20개월
사회초년생들의 대출 부담이 큰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취업준비생 시절 적지 않은 돈을 쓰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들의 취업 준비기간은 평균 13개월이며 생활비 주거비를 제외하고 취업준비를 위한 비용만 평균 384만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 월평균 취업 관련 비용은 전문직(33만원), 공무원(32만원), 사무직(31만원), 교육직(20만원) 순으로 높았다. 평균 취업 준비기간은 교육직이 약 21개월로 가장 길었고, 공무원이 20개월로 뒤를 이었다. 총 취업 비용은 공무원이 63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20~30대 미혼 직장인이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 생활비 마련(40%), 자동차와 가구 등 내구재 구입(19%), 기존 대출금 상환(18%), 주택 구입 자금 마련(11%) 등의 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가구는 독립생활을 위해 많은 지출을 했다. 학생을 포함해 전 연령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미혼자의 31%는 혼자 살고, 독립 비용으로 평균 3143만원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90%가량이 전세금 등 주택 마련을 위한 비용이었다.
◆사교육비 마련에 허리 휘어
자녀가 있는 가정은 사교육비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선 고등학생 자녀 한 명당 월 86만원의 사교육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북 14개 자치구의 고등학생(54만원)보다 60% 많은 수준이다.
전국 평균으로 살펴보면 고등학생 자녀 한 명당 사교육비가 월평균 47만원이었다. 중학생은 한 달에 41만원이 든다. 5세 이하 영유아를 키우는 집도 53%가 예체능과 국·영·수 등 사교육비로 월평균 12만원을 지출한다.
이 같은 부담으로 맞벌이를 선택한 가정이 많았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30~40대 여성의 평균 월급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100만원 가까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30~40대 직장인 가운데 경력단절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여성의 평균 근로소득은 180만원으로, 회사를 계속 다닌 여성의 평균 근로소득(274만원)보다 94만원 적었다. 경력단절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도 월평균 근로소득이 243만원으로 줄었다. 경력단절 기간이 5년 이상~7년 미만일 때 재취업 후 월 급여는 평균 143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은퇴 후 생활비 월 224만원
설문 결과 40대 이상 금융소비자들은 노후 생활을 위한 최저 생활비로 월 192만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은퇴한 가구가 실제 지출한 금액인 224만원보다 32만원 적었다. 이들은 또 은퇴 후 경제적으로 가장 우려하는 지출 항목으로 생활비(31%)와 의료비(26%), 자녀 결혼 비용(21%)을 많이 꼽았다. 가구별 금융자산 수준에 따라 살펴보면 금융자산(연소득 기준) 1000만원 미만을 보유한 가구는 생활비(40%)를, 1억원 이상은 의료비(32%)를 가장 많이 걱정했다.
직장인들의 노후 대비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장인 응답자들의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노후 대비를 위해 전혀 저축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6%에 달했다. 저축하는 직장인들도 월평균 저축액이 26만원으로, 평균 근로소득(285만원)의 9%에 그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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