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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의 글로벌 Edge] 한국을 '유해국가'로 낙인한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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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


유럽연합(EU)이 엊그제 발표한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 이슈가 일파만파다. 블랙리스트로 지정된 17개국은 물론 EU 국가 내부에서도 불만과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 조세회피 지역은 놔두고 주변의 마이너국들만 건드렸다”(르몽드)나 “이런 발표는 EU의 위선을 보여주는 것”(리베라시옹)이라는 지적도 있다. 로넨 팔란 런던시티대 교수는 르몽드지에 기고한 글에서 “블랙리스트와 동시에 발표한 그레이 리스트(회색리스트)가 오히려 조세피난처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블랙리스트 국가들도 반발했다. 파나마는 대통령까지 나서 EU 조치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했고, 튀니지는 “재정정책에 대한 모든 간섭을 거부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U내서도 조세피난처 지정 비판

하지만 한국만큼 이번 지정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다른 국가는 모두 소국인 데다 EU와 직접적인 무역도 많지 않다. 한국은 EU의 여덟 번째 무역대국이다. EU가 발표한 자료에서 공식적으로 내세운 한국의 지정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국은 ‘유해한’ 우대 조세 제도(harmful preferential tax regimes)를 가지고 있고, 둘째 2018년까지 이 제도를 수정하거나 폐지한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해한(harmful)’이란 단어는 상대방에 해를 끼치는 정도가 심할 때 쓰는 용어다. 이번 17개국에서도 이 용어를 쓴 국가는 바베이도스와 파나마, 세인트루시아, 사모아, 한국 등 모두 5개국이다. 한국은 명확한 세법 제도와 행정 체계를 갖고 있는 주권 국가다. 한국을 대상으로 마치 윽박지르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한국은 제도 수정과 폐지 약속도 섣불리 하지 못한다. 한국의 법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설령 한국이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의견의 불일치를 보였다고 해도 폐지하지 않았다고 블랙리스트로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는 여론이다.

EU는 한국이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외투 기업의 세금 혜택은 일본 아베노믹스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자주 쓰는 경제 진흥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이 같은 외투 기업의 조세 혜택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엔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아

갈수록 온라인화가 진척되는 과정에서 판매처에 과세하느냐 아니면 법인이 소재하는 곳에 과세하느냐도 첨예한 이슈다. 이런 이슈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과제다. 하지만 이걸 일방적 조사나 규정으로 다룰 문제는 아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표결 당시 지지파로 알려진 마이클 고브 전 영국 교육부 장관은 “EU는 이상적인 설립 의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전제한 뒤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도전과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개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다양성이나 혁신을 장려하기보다 규제와 표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매일 새로운 법을 탄생시키는 EU 집행위원회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고브 전 장관은 “중요한 것은 EU 규정 중에 우리를 더 자유롭게, 더 풍요롭게, 더 공정하게 만들어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은 그레이리스트에 올랐지만 중국은 전혀 제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EU의 고정된 시선은 문제가 있다. 아직까지 EU가 블랙리스트에 어떤 제재를 내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게 그나마 위안이다.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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