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타이어 보강재 검사 조작
149차례 걸쳐 400t 부정 출하
1년 반 전 알고도 침묵 '파문'
[ 김동욱 기자 ] 고베제강, 미쓰비시전선에 이어 일본 대형 섬유·화학업체인 도레이의 자회사가 제품 품질을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제조업의 ‘품질 신화’가 업종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흔들리는 모습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은 도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인 도레이하이브리드코드가 타이어 관련 제품 등의 강도 검사 데이터를 조작해 출하했다며 사죄했다. 도레이하이브리드코드는 고객과 약속한 강도 등에 못 미치는 타이어 보강재와 브레이크 호스, 자동차용 벨트 등을 납품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이 도레이 사장을 맡은 2008년 4월부터 2016년 7월까지 8년여간 총 149차례에 걸쳐 약 400t(1억5000만엔어치)의 제품이 부정 출하됐다. 4만여 건의 조사대상 중 약 0.4%에서 부정이 발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을 납품받은 회사는 완성차 업체와 의류 업체 등 13곳이다. 닛카쿠 사장은 2016년 7월 사내 조사에서 품질 조작 문제를 발견했음에도 공개까지 1년 반 넘게 걸린 것에 대해 “조작 정보를 자세히 파악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도레이는 검사 데이터를 복수의 직원이 정기적으로 검사하도록 하는 등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아이치현 니시오시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도레이하이브리드코드는 자동차 타이어와 브레이크 호스 등의 강도를 보강하기 위한 산업용 섬유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1926년 설립된 도레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대형 섬유·화학 업체로 최근에는 탄소섬유 등 첨단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용 소재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은 2조엔(약 19조5000억원)을 넘었다.
도레이에 앞서 지난달 고베제강소가 주요 철제품과 구리 제품의 품질 데이터를 조작해온 사실이 밝혀졌고 최근에는 미쓰비시전선이 기준치에 못 미치는 항공부품을 출하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닛산자동차와 스바루자동차에선 무자격자가 차량 안전검사를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레이마저 품질 비리가 나타나면서 일본 제조업 전체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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