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완전히 포기… 이제 관심 없다" 결별 선언
그룹 '마지막 퍼즐' 타이어 포기
57년 이어진 연결고리 끊어져
금호그룹, 대기업집단서 빠질 수도
금호홀딩스·고속 합병으로 지주사 재무구조 좋아졌지만
아시아나 실적 개선이 관건
[ 박재원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건설(금호산업)과 운수(금호고속), 항공(아시아나항공)을 주축으로 그룹 재건에 나선다. 항간에 떠돌던 금호타이어 재인수 추진설에 대해서는 의사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박 회장은 28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금호고속과 금호홀딩스의 합병을 계기로 그룹의 안정적 지배구조가 완성됐다”며 “건설과 운수, 항공을 주력으로 그룹을 재건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합병 시너지 얼마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주회사 금호홀딩스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 27일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을 합병했다. 국내 1위 고속버스회사인 금호고속은 지난해 매출 4010억원과 영업이익 479억원을 거둔 알짜 회사다. 반면 금호홀딩스는 지난해 2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단기차입금도 2412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의 합병으로 회사 전체의 연간 매출과 세전 영업이익은 각각 6000억원, 800억원으로 좋아질 전망”이라며 “연간 200억원의 금융비용을 포함한 고정지출을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줄여 그만큼 차입금 상환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채 비율도 520%에서 300%대로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금호홀딩스-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금호아시아나의 지배 체제도 한층 확고해질 전망이다.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26.7%)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19.9%)을 비롯한 총수 일가 및 박 회장 측근들이 6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홀딩스는 금호산업의 지분 46.1%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3.5%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재인수 의향과 관련해 “이제 전혀 관심없다”며 “우리보다 좋은 회사가 인수하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로서 애착을 가져온 금호타이어와 완전히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표권 논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 계열분리 절차를 밟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그룹에서 빠져나가면 대기업 집단제도(자산 10조원 이상)가 시행된 1987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지난 5월 기준 금호아시아나그룹 28개 계열사 자산은 총 15조6150억원이다. 이 중 금호타이어는 5조132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 언제 좋아질까
남은 과제는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개선이다. 박 회장은 주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을 1.4 수준에서 내년에 2.0~2.2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말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해 긴축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2012~2015년 저비용항공사(LCC)와의 출혈경쟁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 등으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1392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노선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해 흑자 기반을 마련한 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5798억원과 18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지만 ‘사드보복’ 등의 여파로 수익성이 좋은 중국 노선 운항이 줄면서 영업이익은 13.3% 감소했다. 2년 연속 흑자지만 경쟁사들에 비해 이익률이 크게 낮은 것이 걸림돌이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688%에서 749%로 다소 높아졌다.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관심을 쏟는 시간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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