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나 향후 조치 설명 전혀 없어
개정안 상정에 상당한 부담 느낀 듯
전원위 소집·재상정, 박은정 위원장 뜻에 달려
靑 “권익위 독립적 결정 존중”
내년 설을 앞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상 허용하는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품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 움직임에 급제동이 걸린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사진)가 이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지난 27일 김영란법상 음식과 선물, 경조사비 상한선을 정한 ‘3만·5만·10만원 규정’ 개정을 논한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부결 처리했다. 하지만 권익위 측은 회의 종료 후 부결의 경위나 향후 조치와 관련해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당시 전원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박 위원장은 “나는 그 때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변인실에 알아보면 사정을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권익위 대변인실 역시 “아직까지 정해진 사항이 없고, 우리 쪽도 제대로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회의 결과는 나왔지만, 이 결과에 대해 권익위 측 어디에서도 뚜렷한 풀이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권익위 측은 전날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된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대책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29일로 예정됐던 대국민 보고대회는 이번주 중 열리지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권익위는 ‘3·5·10 규정’ 개정안이 전원위에서 통과되면 당·정 협의 후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이를 발표하고, 곧바로 입법예고 및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올해 안에 관련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권익위 내부에서 “법을 시행한지 불과 1년밖에 안 됐는데 개정안 마련 논의는 너무 이르다”, “대다수 국민들이 개정을 바랄지 의문”, “김영란법이 농축수산물 업계에 미친 악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원위에 박은정 위원장이 불참하면서 “권익위에서 시행령 개정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론의 부담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권익위 측은 이 같은 의문들과 관련해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김영란법의 ‘3·5·10 규정’ 개정 여부와 관련해선 박 위원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익위 회의 운영규칙상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전원위 수시회의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농축수산인을 위한 김영란법 시행령 수정 필요성을 수차례 제기하고,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내년 설 전에 개정을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가운데, 권익위로선 이를 마냥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는 28일 개정안 부결에 대해 “청와대는 아무런 입장이 없으며, 권익위의 독립적 결정이니 존중한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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