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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내진설계, 주거복지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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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우리집은 지진에 얼마나 안전할까. 서울 수도권의 수많은 고가 아파트는 규모 5.4의 중간 지진에서 안녕할 수 있을까. 서민주택의 상징인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은 제대로 버틸 수 있을까. 포항 지진으로 ‘건축물 안전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저층·소형 주택 거주자의 불안과 충격이 크다.

지난 15일 포항 시내는 맥없이 무너진 빌라·단독주택, 노후 아파트, 상·하수도관, 전선 등이 얽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건물 파손 건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진 발생 1주일이 지난 현재, 정부 발표에 따르면 9070건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그중에 주거용 건물 파손은 8200여 건에 이른다. 상가와 공장도 각각 665건, 112건에 달했다. 나중에 최종 집계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내진설계 체계, 종합정비 시급

정부는 작년 9·12 경주 지진 이후 건물 내진설계를 대폭 강화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내진설계 의무 대상’은 2층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물과 새롭게 짓는 모든 주택으로 대폭 확대한다. 이에 맞춰 ‘내진 성능 공개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금은 16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0㎡ 이상 건물만 공개되지만, 내년 상반기부터는 모든 신축 주택의 내진 성능을 건축물 대장에 공개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가 내진설계를 ‘신축하는 모든 건물’로 확대하고, 외부에 공개하겠다는 정책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들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2007년 1월 강릉 오대산(규모 4.8) 지진을 계기로 정부·국회는 내진설계 도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진설계의 실제 적용은 매우 부진하다. 전국의 민간 건축물(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264만동 가운데 내진설계 반영 건물은 전체의 20.5%인 54만동에 불과한 실정이다. 검증체계마저 부실해서 기왕에 적용된 내진설계도 엉터리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거복지·국가안보와 직결

정부와 국회는 이번 기회에 ‘건축물의 안전 성능 향상’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건물 안전 성능은 국민의 생명 보호, 삶의 질 향상, 국가 인프라 및 도시 경쟁력 강화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거복지와 국가안보 개념에서 제도화해야 한다. 모든 건물의 내진설계 의무화와 설계 적용 기준 확대, 검수체계 완비, 비용지원 시스템 마련, 미적용 건물주 책임 강화 등을 반영해서 종합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내진설계 기준도 일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국내에선 일본과 달리 기둥·보 등 건물 주요 구조체만 적용되고, 외벽·마감재 등 비구조체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는 일부 내진설계 적용 건물의 외벽이 훼손되고, 벽체에 금이 간 경우도 많았다. 이들 사례가 부실공사로만 단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민간 건설업계의 의식 변화도 시급하다. 내진설계 적용 확대에 대해 건설업계는 그동안 공사비 증가, 분양가 상승, 전문가 부족, 설계 기준 미비 등의 논리로 방어적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오히려 내진설계·시공 신기술을 적극 개발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무기로 삼을 수도 있다. 내진설계 의무화는 건물의 안전구조 향상은 물론 부실공사 퇴출, 설계 품질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은 이제 더 이상 구구한 명분으로 건물의 안전 성능 향상 제도화에 소홀하면 안 된다. 단순한 법령 정비를 넘어선 확실한 실행 체계 수립에 나서야 한다.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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