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21일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정면 반박했다. 정 의원은 "통합은 사는 길 같지만 죽는 길"이라며 "통합을 밀어붙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의 통합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도중 잠시 자리를 빠져나와 기자들을 만나 "안 대표가 오늘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통합선언을 했다. 통합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을 쪼그라뜨려 2등(정당)으로 올라서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안 대표는 전날 전현직 지도부와 오찬회동을 한 직후 당원들에게 "3당에서 2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 2당이 되면 집권당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바른정당과의 통합 구상을 밝혔다.
정 의원은 "국민의당이 사는 길은 정치공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며 "통합을 밀어 붙이지 마라. 당을 깨고싶지 않다. 나갈테면 나가라고 하는 것은 지도자의 말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다만 정 의원은 '안 대표가 통합을 계속 추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국민의당에 필요한 것은 평화주의·개혁주의 노선"이라며 "당내 의견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려고 한다. 거기에서 40명 의원이 함께 활동하는 것이 당을 깨지 않는 길"이라고 답해 분당이나 탈당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정 의원은 "안 대표에 대한 국민 지지가 가장 높았을 때는 새정치가 개혁을 상징했을 때"라며 "안 대표의 정치는 개혁과 변화에서 이탈했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에서 너무 동떨어졌다. 다시 새정치로 복귀하라"고 강조했다.
황주홍, 조배숙 등 호남중진 의원들 역시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가능하지 않다"며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동섭 의원 등 통합 추진파는 "아직 결론을 얘기할 수 없다. 계속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분위기는 대체로 좋았다. 당 대표 사퇴 요구 등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대표는 의원총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전반적으로 전체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오늘이 여러 가지 당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논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시작으로 23일 지역위원장 및 원외 지역위원장 간담회 등을 통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김소현 기자 k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