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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中, 통제 가능한 '중국판 디지털화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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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권형' 디지털화폐 개발 땐 인민銀이 경로 추적 쉬워져
송금·결제 테스트도 이미 끝내

비트코인 거래 활발한 일본
금융기관의 당좌예금 교환 추진

각국 중앙銀도 디지털화폐 발행 검토



[ 강동균 기자 ]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한 중국이 정부 차원의 디지털화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송금, 결제 등 법정 디지털화폐 유통에 필요한 실험을 끝낸 데 이어 공급을 규제하는 기본 모델도 설계했다. 정부 손길이 닿지 않는 가상화폐를 통제 가능한 법정 디지털화폐로 대체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업계에서는 인민은행이 세계에서 최초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디지털화폐 발행 주도

지난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야오치엔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서 “디지털경제 발전에 발맞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관련 조사와 발행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민은행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중앙집권형’ 디지털화폐”라며 “민간에서 유통되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화폐와는 달리 위안화와 같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은 법정 디지털화폐 도입을 위한 기초 작업을 마쳤다. 디지털화폐를 만들기 위해 2014년부터 특별전담반을 꾸려 컴퓨터 보안 분야 박사급 인력을 영입했다. 올해 초엔 시험용 디지털화폐를 제작해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등 국유은행과 송금 및 결제 테스트를 했다. 지난 6월에는 다른 시중 은행과도 시범적으로 디지털화폐를 거래했다. 디강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 부소장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소비자가 디지털화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디지털화폐를 일반에 공개하는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 금지와는 대조적

인민은행의 움직임은 9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가상화폐공개(ICO)와 거래를 전면 금지한 것과는 상반된다.

인민은행은 당시 ICO에 참여한 기관과 개인 투자자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훠비닷컴, OK코인, BTC차이나 등 3대 비트코인 거래소를 비롯해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를 연내 폐쇄하라고 지시했다. 가상화폐가 경제 및 금융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중국에서 가상화폐 관련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국무원 산하기관인 인민은행의 조치가 정부 차원의 디지털화폐 발행을 위한 사전 포석이란 분석을 내놨다. 야오 소장은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디지털화폐는 추적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통화 유통 속도와 소재 등을 파악해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화폐가 거래 비용을 낮추고 농촌지역 등 소외지역에 금융서비스를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에 있는 비트코인거래소 OK코인의 신싱 부사장은 “결제 동향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수록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펼 수 있다”며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자금흐름 동향을 더 수월하게 파악해 가계부채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열공’

각국 중앙은행도 법적으로 보장되는 디지털화폐 발행을 속속 검토하고 나섰다. 지금처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보급이 확대되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금융정책에 파장을 미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일본 중앙은행은 금융회사와의 당좌예금 교환 등에 한해 디지털화폐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공동 실험을 마치고 9월 결제 속도에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내년 말까지 디지털화폐 e크로나를 공식 발행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에스토니아는 8월 독자적인 디지털화폐 에스트코인 도입 계획을 내놨다. 네덜란드와 캐나다, 영국 중앙은행도 디지털화폐 발행과 관련한 연구를 시작했다.

중앙은행뿐 아니라 글로벌 대형 상업은행도 디지털화폐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 UBS, 독일 도이체방크, 스페인 산탄데르, 미국 뱅크오브뉴욕멜론은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디지털화폐를 공동 개발 중이다. 뱅크오브캐나다, 도이체분데스방크, 싱가포르금융청도 디지털화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일본 3대 은행은 엔화와 가치가 동일한 디지털화폐 보급을 위해 연내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베이징=강동균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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