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베를린필 내한공연
[ 김희경 기자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마지막 해외 투어 중인 사이먼 래틀 음악감독의 지휘는 가볍고 자유분방했다.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4년 만의 내한 공연에서다. 래틀은 16년간 이끌어온 베를린 필하모닉을 떠나 내년 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 아시아 투어는 베를린필과의 마지막 여정이다.
내한 첫 공연인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협연이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으로 격정적이면서도 여유롭게 첫 무대를 장식한 래틀은 ‘2015 쇼팽 콩쿠르’의 주역 조성진과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선보였다. 독일 전통의 중후한 색채에 프랑스 음악의 감각적 선율이 한껏 어우러졌다.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는 “볼륨감 있고 해학적인 래틀의 해석과 프렌치 피아니즘을 완벽하게 익힌 조성진의 연주가 합쳐진 최고의 무대였다”고 평했다.
조성진은 이전과는 색다른 연주를 보여줬다. 노 칼럼니스트는 “재즈부터 민족음악까지 라벨의 작품에 담겨 있는 많은 음악적 요소를 모두 공부하고 소화해낸 것 같다”고 했다. 전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왼손 연주도 탁월했다. 2악장에선 조성진만의 섬세한 터치가 빛을 발했다. 래틀은 이날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을 ‘건반의 시인’이라고 극찬했다. 래틀이 꿰뚫어 본 조성진의 시적인 표현력이 2악장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래틀은 간담회에서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오랜 친구인 크리스티안 치메르만이 협연자로 조성진을 추천했다”며 “자신을 포함한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엄격한 그가 조성진을 칭찬했을 때 놀랐고 이렇게 빨리 함께 연주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뒤이은 브람스 ‘교향곡 4번’ 연주는 베를린필의 최고 레퍼토리 중 하나임을 증명해 보였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현악 파트 전체가 두터운 소리 층을 이뤘고 관객들은 연주 뒤 ‘브라보’를 연호했다.
베를린필은 20일엔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 진은숙의 ‘코로스 코로돈’을 선보인다. 이 곡은 그가 베를린필의 위촉을 받아 작곡했다. 래틀은 선곡 이유에 대해 “매 시즌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다”며 “진은숙은 30분 분량의 곡에 들어갈 모든 컬러와 기교를 7분 분량 곡에 담아내 놀라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은숙은 음악 보석함과 같다”고 비유했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진은숙은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할 때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베를린필 연주로 이런 공연을 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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