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다 보니, “자다가 쥐가 나서 잠을 못 자요”라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체온이 내려가면 기혈순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직이나 마비 증상이 자주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꼭 덧붙여 물어보는 질문이 “찬 데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던데, 정말 맞나요?”라는 것이다.일단 그 질문에 답부터 먼저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입이 돌아간다’라는 것은 결국 안면마비를 말하는 것인데, 인체의 일정부위가 급격하게 체온을 빼앗기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래서 내려오는 속담에 ‘다듬잇돌 베고 자면 입 돌아간다’고 얘기하는 것도 다듬잇돌의 차가운 기운 때문에 그런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차가운 기운만이 안면마비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상포진’에 의한 안면마비인데, 이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병증이다. 대부분 귀 뒤나 아래가 아픈 증상이 동반되는 때가 많은데, 이는 귀밑을 돌아나가는 안면신경이 감염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날 만큼 저항력이나 면역기능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또 흔한 증상이 척추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잘못된 자세를 오래 하고 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목뼈 즉 경추 주변 근육이 굳어져 긴장 상태가 되는데, 이를 오랫동안 방치하면 경추에 아변위(척추가 자기 위치에서 살짝 틀어짐)가 생기기도 한다. 그 결과 틀어진 쪽의 얼굴에 마비가 일어나는데, 반드시 경추교정을 같이 해야 마비가 풀어진다. 이 밖에 ‘뇌졸중’처럼 중추신경에 문제가 오는 경우도 있는데, 반신마비나 언어장애 등과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돼 나타난다.
이런 안면마비 치료에는 소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발병 후 1주일 이내 초기 단계다. 이때는 치료해도 증상이 악화되는 시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매일매일 치료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때의 치료 목표는 최대한 진행을 막는 것인데, 이렇게 진행이 덜 됐을수록 회복 기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골든타임은 4주에서 6주 정도 시기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 정상으로 돌려놓지 않으면, 아예 굳어져 몇 년씩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지만, 안면마비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장동민 < 하늘땅한의원 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