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쇼케이스·비즈 매칭 '북적'
태국·베트남 등 25개 기업들 공동제작 파트너 찾기 '분주'
국내서도 업체 60곳 수출 논의
"무더운 동남아 실내 콘텐츠 즐겨
최근엔 VR 등 체험형 상품 인기"
[ 양병훈 기자 ]
“한국의 교육 콘텐츠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보편성이 있어 교육열이 높은 베트남에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의 아동용 교육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어요. 특히 콘텐츠 공동제작 가능성을 확인해 만족스럽습니다.”(베트남 최대 국영방송사 ‘VTV’ 채널7의 응우옌티킴호아 대표)
“태국에서는 최근 비디오 커머스가 이슈입니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이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를 살 수 있도록 콘텐츠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연계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이번 콘퍼런스에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습니다.”(태국 지상파 방송사 ‘CH3’의 앗 까니앗 단둠롱숙 해외사업담당)
1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17 한·아세안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에서 투자 쇼케이스 및 비즈매칭 상담이 시작되자 행사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싱가포르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주요 국가에서 온 25개 콘텐츠 기업 참가자(바이어)들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아시아 콘텐츠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파트너를 찾느라 열띤 미팅을 이어갔다.
국내 콘텐츠 제작 업체 60곳도 이들 바이어를 만나 수출을 논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아세안 국가가 있는 동남아는 무더운 기후 때문에 실내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고전적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도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류 문화의 영향까지 더해져 한국 콘텐츠 기업으로선 충분히 매력있는 시장이다.
응우옌 대표는 “VTV는 공영방송사인 만큼 공영성을 확보하면서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콘텐츠 구매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은 베트남보다 아동용 교육콘텐츠 시장의 규모가 크고 다양한 콘텐츠 제작 경험이 있어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VTV의 채널7은 아동용 교육 콘텐츠 전문 채널이다. 그는 “콘텐츠 구매뿐만 아니라 콘텐츠 공동제작에 대해 만족할 만한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태국 방송사 CH3은 재작년 열린 ‘2015 한·태국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 때부터 3년 연속 한국을 방문했다. 한·태국 콘퍼런스는 이후 한·아세안 콘퍼런스로 발전했다. CH3은 올해 처음으로 모기업이자 태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BEC월드그룹의 신사업 담당자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까니앗 담당은 “태국에서는 한국의 패션과 대중문화에 대한 인기가 높아 콘텐츠를 기획할 때 이런 기업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며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과의 접점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VTV와 태국 CH3은 비즈매칭 상담에서 ‘방송·영화·애니메이션 분과’ 소속이다. 행사 주최 측은 상담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참가자를 모두 세 그룹으로 나눴다. ‘모바일·교육 분과’에는 인도네시아 대표 통신사 ‘스마트프렌’, 베트남 국민 메신저 잘로(Zalo)를 개발한 ‘VNG코퍼레이션’ 등이 참석했다. ‘융합콘텐츠 분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테마파크·카지노를 운영하는 ‘겐팅그룹’, 태국 최대 종합미디어그룹인 ‘칸타나그룹’, 베트남의 관광부동산 개발업체 ‘선그룹’ 등이 왔다.
행사에 참석한 판탄히엔 VNG코퍼레이션 판권구매담당은 “잘로 이용자 8000만 명이 e커머스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통합된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다양한 잠재적 파트너를 만난 내실 있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람쯔엉장 선그룹 IT기술총괄은 “선그룹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 콘퍼런스에서 홀로그램, VR 등 한국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테마파크 구축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투자 쇼케이스와 비즈매칭 상담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간을 꽉 채워서 논의했지만 더 할 얘기가 남아 아쉬워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참가자는 이어서 열린 네트워킹 만찬 시간을 활용해 업무 협의를 이어갔다. 태국에서 온 위라윗 릇와타나사꾼 BEC월드그룹 신규사업담당은 “태국 방송시장은 최근 사업자 수 증가로 경쟁이 심해져 콘텐츠 방영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외국 파트너를 만나며 신규 사업을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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