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NCC·PE 공장 신축 추진
신성장 전략 가동
정유사업만으론 성장 한계
유화 제품 수요 증가세에 정유 경쟁사들도 화학 강화
항로는 일단 '맑음'
유화 일관 생산체제 구축
업계 "사업성 높을 것"
공급 과잉 우려가 걸림돌
[ 김보형 기자 ] GS칼텍스가 전남 여수공장에 나프타분해설비(NCC)와 폴리에틸렌(PE) 생산시설 신축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정유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GS칼텍스가 NCC·PE 설비 투자를 완료하고 나면 정유뿐만 아니라 화학 분야에서도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왜 투자하나
국내 석유화학업계 ‘빅2’로 꼽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시황 호조로 올해 3분기까지 각각 2조3135억원과 2조3132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올렸다.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2조3891억원 가운데 62%를 화학·윤활유 등 비(非)정유사업에서 거뒀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화학(23만t)과 롯데케미칼(20만t), 한화토탈(31만t) 등 화학업체들은 글로벌 경기 호황에 올라타기 위해 작년부터 앞다퉈 NCC 증설에 나서고 있다.
정유업 경쟁사들이 잇따라 화학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GS칼텍스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화학 분야인 포장재와 전기차 배터리 등 신수종 사업에 1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올해 초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도 4조8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RUC & ODC)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올레핀 다운스트림은 중질유 분해 시설에서 생산되는 프로필렌을 투입해 첨단 소재로 쓰이는 프로필렌옥사이드와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화학 공정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부산물인 잔사유를 이용해 타이어 고무 강화제인 카본블랙을 만드는 현대OCI 공장을 완공하고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이에 비해 GS칼텍스는 2012년 일본 에너지기업인 쇼와셀과 손잡고 여수공장에 1조원을 투자해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생산시설 100만t을 증설하려 했으나 당시 석유화학경기 침체로 추진을 보류했다.
◆경쟁력은 있을까
석유화학 공정의 첫 단계인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업스트림부터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까지 두루 갖추는 만큼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석유화학업계는 보고 있다. NCC를 가동 중인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착공 시점을 기준으로 NCC 설비를 본격 가동하기까지 통상 3년 정도 걸리지만 원유 정제와 석유화학제품 생산 경험이 있는 정유사는 2년이면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유사업을 통해 해외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판매도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S칼텍스는 원유 구매단계부터 정제,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최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CC를 비롯한 석유화학사업의 시설투자를 검토 중인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쉐브론사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극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시황과 공급 과잉 문제다. 국제 유가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정세 불안 속에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며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 9월 t당 1316달러에 달했던 에틸렌 가격은 이달 t당 1266달러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가동 예정인 에틸렌 공장이 903만t 규모로 국내 업체들의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904만t)과 맞먹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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