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 기자 ] 상장사 영업이익 증가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등 호재를 타고 인기를 끌던 배당주펀드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넉 달간 한 달 평균 2000억원 이상 뭉칫돈이 몰렸지만 지난달 이후로는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헬스케어 등 최근 증시 주도주 비중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매년 1~4월엔 배당주펀드 성과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경우가 많아 계속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넉 달 만에 설정액 감소
14일 금융정보업체 제로인과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지난달 배당주펀드에서는 931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달 들어 환매 움직임은 다소 가라앉았으나 지난 9일 기준 순유입 자금은 1억원에 그쳤다. 배당주펀드는 올 들어 5월까지 매월 평균 2053억원의 순환매가 발생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펀드 ‘환매 행렬’의 유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하지만 기업 실적 호전으로 배당금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지난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의지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배당주펀드 자금은 6월 순유입(1584억원)으로 전환한 이후 10월에는 2477억원까지 매월 늘어났다.
배당주펀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주요 배경은 기대에 못 미친 수익률이다. 올 들어 수익률은 21.93%(10일 현재 기준)로 국내 주식형 액티브펀드 전체 수익률(22.01%)을 밑돌았다. 3개월 수익률은 1.78%로 전체 펀드 평균(4.14%)의 절반도 안 된다. 우량 중소형 종목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높은 50개를 선정해 산출하는 코스피고배당50지수는 최근 3개월간 0.8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37% 상승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IT와 바이오·헬스케어 등은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많지 않아 배당을 많이 하지 못하는 업종”이라며 “배당주펀드가 전체 수익률을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오름세에 있는 것도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이현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금리 상승기엔 이자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배당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절적으로는 연말 배당시즌을 앞두고 배당락(배당후 주가 하락)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부담을 키웠다. 배당금을 지급하고 나면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미리 주식을 처분하려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고배당, 코스피고배당50, KRX고배당50 등 고배당지수의 월간 평균 수익률(과거 5년치)은 11월과 12월에 코스피지수를 밑돌았다.
배당 증가 추세 확인해야
배당주펀드가 당장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서 투자매력이 낮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추세고 배당성향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리잡으면 기관투자가들의 배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일반 액티브펀드에 비해 성과도 안정적인 편이다.
전문가들은 배당주펀드를 고를 때 배당이 늘어나는 추세인 종목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장 배당을 많이 하는 종목보다 배당이 증가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배당 확대는 회사 상황에 대한 경영진의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작년 대규모 배당과 이익소각 결정도 최근 이익 증가와 주가 상승을 예고하는 ‘신호’였다는 게 박 연구원의 주장이다.
박 연구원은 “배당락이 끝나는 1~4월에는 일반적으로 배당주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앞섰다”며 “배당주펀드 투자를 노린다면 연말 전 투자에 나서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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