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 산책
올 들어 아시아 주식시장은 적게는 6%에서 많게는 30%까지 올랐다. 주가 수준을 보면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가 한국보다 20%에서 80%까지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홍콩의 현지 투자자들은 한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차이를 높은 성장성과 배당수익률에서 찾고 있다.
아시아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10억달러(약 1조1195억원) 이상이고 내년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15% 이상인 기업 수를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85개 기업이 조건을 충족한다. 반면 중국과 인도, 홍콩 등 아시아 시장에서는 1796개가 있다. 투자 대상을 한국에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로 확대하면 더 많은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은 대체적으로 배당을 많이 준다. 홍콩과 대만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한국의 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7~8%에 이른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도 한국보다 배당수익률이 높다. 한국에서는 배당수익률이 3~4%만 돼도 배당주로 취급된다. 하지만 이들 시장에선 5~6% 배당수익률을 가진 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시아 증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중국보다는 홍콩을 추천한다. 중국은 투자 정보에 대한 신뢰가 아직 쌓이지 않았다. 홍콩은 영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도 쉽게 투자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 본토에서 사업하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아 중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받는 텐센트 등이 대표적이다.
대만엔 ‘한국의 삼성전자’격인 TSMC가 있다. 엔비디아 등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위탁생산을 담당하며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간접적으로나마 누리는 회사다. 싱가포르는 ‘리츠(REITs)의 나라’다. 호텔과 상가, 빌딩,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부동산 투자 대상을 통해 5~6% 배당금을 분기와 반기 단위로 지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맹주’ 인도네시아를 빼놓을 수 없다. 인구가 세계 4위인 2억6000만 명에 달한다. 젊은 층 비중이 높아 인구구조가 피라미드형으로 이상적이다.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물론 아시아 신흥국이라고 해서 ‘묻지마 투자’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베트남은 기회와 위험 요인이 공존한다.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중국을 제치고 새로운 제조 강국으로 태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경제 규모나 수준이 발전 초기 상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제조회사나 정보기술(IT)업체가 아니라 우유회사 비나밀크라는 점이 잘 말해준다. 증시 전체 시총이 100조원 정도로 작고, 대형 우량주는 외국인 지분한도가 소진된 경우가 많아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하는 게 좋다.
장인수 < 안다자산운용 홍콩법인 펀드매니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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