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참여 과학자 방한
적외선 관측해 숨은별 파악…태양계 밖 '제2 지구' 찾기 나서
"차세대 우주망원경 만들려면 STEM 교육에 신경 써야"
[ 박근태 기자 ] 지구 상공 540~550㎞에 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은 인류의 시선을 태양계 너머 먼 우주까지로 넓혔다. 1998년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초신성을 비롯해 외계은하, 블랙홀 등 수많은 우주의 역사를 포착했다. 이 기념비적인 우주망원경은 올해로 가동 27년째를 맞고 있다. 2019년 초 발사를 목표로 하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사진)’이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우주망원경 개발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청(CSA) 외에도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방산업체이자 항공우주회사로 알려진 노스럽그루먼도 그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노스럽그루먼의 데브라 피츠제럴드 시먼스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와 알베르토 콘티 천체물리학자 겸 민간 우주 분야 혁신매니저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알리러 한국을 찾았다. 콘티 매니저는 지난 10일 서울과학고에서 한 인터뷰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인류는 우주 탄생 직후인 136억년 전 생성된 최초의 별을 비롯해 태양계 바깥 외계 행성의 구체적인 지형과 기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블 망원경은 먼 우주에서 오는 눈에 보이는 빛(가시광선)을 관측하는 광학 망원경이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을 본다. 가시광선보다 훨씬 더 먼 우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름 6.5m의 거대한 반사경 덕분이다. 제임스웹 망원경의 반사경 지름은 허블 망원경의 지름 2.4m보다 크다. 그만큼 미세한 빛을 모으기에 좋다. 이 거대한 반사경은 금을 코팅한 베릴륨으로 만든 육각형 모양의 거울 18개로 구성된다. 이 반사경은 크기가 너무 커 접힌 상태로 로켓에 실려 우주에 올라가 펼쳐지도록 설계됐다. 지구에 가까운 허블 망원경보다 훨씬 먼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점(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상쇄되는 지점)에 설치하는 것도 탁 트인 시야에서 별과 행성이 보내오는 미세한 적외선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먼 우주에서 오는 적외선을 포착하도록 영하 233도에서 작동한다.
시먼스 이사는 “머리카락 굵기의 초소형 셔터로 먼 은하계에서 온 빛만 효과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을 비롯해 극저온 유지 기술 등 우주망원경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열 가지 기술은 이전까지 인류에게 없던 기술이었다”고 말했다. 이 중 반사경 표면을 부드럽게 가공하는 기술은 안과에서 눈의 망막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원래는 300㎏ 이상 나가는 반사경 무게를 20㎏으로 확 줄인 기술도 응용 가능성이 넓다.
시먼스 이사는 “제임스웹 망원경보다 훨씬 크고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우주망원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알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래 세대에 영감을 주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2019년 초 남미 기아나 쿠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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