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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호랑이굴 전략'… 미국서 셰일 채굴 노하우 쌓아 중국·러시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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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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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산업 현장에선
    SK그룹, 셰일가스로 딥체인지

    셰일러시 선점한다
    최태원 "제대로 하려면 미국 가라"
    2013년 국내 기업 중 첫 진출
    서울시 면적의 38%서 오일 뽑아내
    비전통 채굴기술 익혀 전세계 진출

    텍사스주에 천연가스 액화설비
    셰일오일 생산·수송·발전 일원화



    [ 김현석 기자 ]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서 서쪽으로 약 140㎞ 떨어진 그랜트·가필드 카운티. SK이노베이션이 운영 중인 4만2000에이커(서울시 면적의 38%)의 광활한 셰일광구가 있는 곳이다. 여기에 있는 108곳 유정에선 하루 2700배럴의 셰일오일·가스가 쏟아져나온다. 광활한 평야 곳곳에 솟아 있는 40m 높이의 시추기와 원유·가스를 뽑아 올리는 ‘펌핑 유닛(채굴 장비)’들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최대 셰일오일 생산 현장 중 한 곳임을 알려주는 이정표다.


    ◆“셰일 기술 익혀 중국 등으로 진출”

    SK그룹은 2013년 셰일오일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에너지회사 중 처음이며 유일하다. 글로벌 석유시장을 뒤흔드는 셰일오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도시가스·발전회사인 SK E&S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2013년 미국 석유기업 콘티넨털리소시스의 우드퍼드 셰일광구에 3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49.9%를 확보했다. 총매장량 7600만t 가운데 3800만t이 SK E&S의 몫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6월 똑같은 3억6000달러를 들여 그랜트·가필드 카운티 셰일광구 지분 75%와 인근 텍사스주에 있는 크레인 카운티 광구 지분 50%를 샀다. 이곳에선 운영까지 맡았다. 셰일오일 시추와 생산 노하우를 익히기 위한 것이다.

    셰일오일 시추는 기존의 ‘전통 시추 방식’과 달라 ‘비전통 방식’으로 불린다. 전통 방식은 수직 시추를 통해 원유를 끌어올린다. 이에 비해 셰일은 퇴적암(셰일)층까지 수직으로 시추한 뒤 지층을 따라 수평으로 관을 설치하고 물을 쏘아넣는다. 이렇게 해서 암석을 부순 다음 여기서 흘러나오는 원유·가스를 채굴한다.

    전통 방식은 시추 성공 확률이 15% 수준으로 낮다. 배럴당 채굴 원가는 20달러 이하다. 이에 비해 셰일은 원유·가스를 발견할 확률은 높지만 유정당 채굴량이 많지 않아 원가가 배럴당 30~50달러로 높다. 유가가 높을 때 셰일 생산량이 급증하는 이유다.

    셰일층은 세계에 퍼져 있다. 현재는 개인 광물권이 인정되고 기술이 발달한 미국에서 주로 생산되지만 매장량은 중국 러시아 등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셰일 광구에 투자한 것도 당장 이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시추와 채굴 경험을 쌓아 세계 시장에 뛰어드는 게 최종 목표다. 이런 임무를 맡은 SK이노베이션 E&P(탐사개발)사업부는 올초 아예 본부를 휴스턴으로 이전했다. “석유 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본고장인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최동수 E&P사업 대표는 “북미에서 셰일 기술을 익혀 중국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클라호마 인근 광구의 추가 매입도 추진 중이다.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

    텍사스주 프리포트에선 거대한 천연가스 액화설비 공사가 한창이다. SK E&S가 셰일가스 수입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은 곳이다. 현지 기업인 프리포트LNG가 짓고 있는 3기의 액화설비 중 3번기 설비용량의 절반을 20년간 사용하기로 했다. 사용료만 수조원에 달한다. 설비가 완공되면 2019년 하반기부터 매년 22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SK E&S는 우드퍼드 광구에서 생산한 셰일가스 일부와 텍사스 현물 시장인 헨리허브에서 사들인 가스를 이곳에서 액화한 뒤 자체 LNG선 2척(현대중공업 건조 중)으로 옮겨 하남 파주 광양 등 LNG발전소에서 쓸 계획이다.

    SK그룹은 셰일오일·가스 생산을 뜻하는 ‘업스트림’부터 액화와 수송 등의 ‘미드스트림’, 발전과 에너지 공급 등 ‘다운스트림’까지 모든 단계를 구축하게 됐다. 2019년 수입을 시작하면 LNG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가 급변동에도 고정된 낮은 가격에 반입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LNG는 카타르, 호주가 거의 독점 공급하는 바람에 국내 에너지회사는 ‘아시아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웃돈까지 내야 했다. 임시종 SK E&S 미주본부장은 “미국산 셰일가스를 통해 LNG 수입처를 다변화하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털사·프리포트=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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