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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단풍나무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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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단풍 물든 가을숲에선 누구나 마음이 순해진다. 바알간 잎을 만져 보면 금세라도 손바닥에 단물이 묻어날 것 같다. 이즈음 산과 들은 어딜 가든 아름답다. 형형색색의 물감을 뿌린 만산홍엽의 계절이다.

단풍은 가을철 붉고 노랗게 물든 낙엽수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타는 듯 붉은 단풍나무는 따로 있다. ‘붉을 단(丹)’에 ‘단풍나무 풍(楓)’. 단풍나무 종류는 주로 북반구에 150종쯤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수입 단풍나무를 합쳐 20종이 있다. 북미에서 들여온 은단풍, 설탕단풍, 네군도단풍과 중국에서 가져온 당단풍, 일본이 개량한 홍단풍 등이 주를 이룬다. 비가 적당히 오거나 일교차가 클수록 색깔이 아름답다.

캐나다의 상징인 메이플은 우리나라 단풍과 다른 종이다. 단맛이 많아 사탕단풍이나 설탕단풍으로 불린다. 이 나무에서 추출한 것이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이다. 단풍나무는 목재가 단단하고 질겨서 가구로 많이 활용된다. 특이한 무늬가 있는 나무일수록 비싸게 팔린다. 고급 악기와 야구방망이 재료로도 쓰인다.

세계적인 단풍 명소는 캐나다 동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퀘벡시티까지 이어지는 800㎞의 ‘메이플 로드’다. 미국 미시간 주와 마주하는 수생마리, 나이아가라 폭포, 퀘벡 주 로렌시안, 몬트리올 동쪽의 이스턴 타운십, 세인트로렌스강의 킹스턴 천섬, 퀘벡시티 오를레앙섬도 단풍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동부 뉴햄프셔 주의 화이트 마운틴이 최고의 단풍 여행지로 꼽힌다. 산악열차가 있어서 마운트 워싱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뉴욕 업스테이트 뉴팔츠의 모홍크, 버몬트 주와 닿은 뉴욕 에디론댁 마운틴도 이름난 곳이다. 일본 홋카이도의 조잔케이 호헤이쿄와 중부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중국 장자제(張家界)와 타이항산(太行山), 충칭(重慶) 역시 단풍관광지다.

우리나라에선 설악산과 오대산, 내장산 같은 전통 명소에 이어 최근 경기도 광주 화담숲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리산 피아골과 청송 주왕산, 해남 두륜산, 포천 국립수목원,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서도 만추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옛 시인은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다’(당나라 두목)고 했고, 윤동주 시인은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이 마련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가을 단풍엔 쇠락의 시간을 넘어 부활을 준비하는 색깔이 배어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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