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영 기자 ] “트위터와 이메일 등 제가 사용했던 모든 SNS 계정으로 ‘자살하라’는 메시지가 하루에 수천 통도 더 왔습니다.”
웹툰계의 ‘스타’로 떠오르던 이자혜 작가(26·사진)의 삶은 지난해 10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폭로문’으로 한순간에 만신창이가 됐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 A씨는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이 작가가 30대 중반 남성 B씨에게 소개하고, B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가 B씨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동안 이 작가가 이를 방조했고, 이 이야기를 만화에까지 담았다는 주장이었다. 거센 비난 여론에 놀란 출판사들은 범죄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즉시 이 작가 작품을 폐기했다.
이 작가는 “이후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됐다”고 털어놨다. 쏟아지는 인신공격과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화 관련 상 중 가장 권위 있는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바로 직전에 취소됐다”며 “폭로문 이후 어떤 일도 할 수 없었고 수입도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작가가 ‘성폭행 방조자’로 낙인 찍혔지만 수사기관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9월 A씨가 이 작가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 작가의 성폭행 모의·방조 혐의는 증거가 없어 아예 경찰조사 단계에서 빠졌다. B씨 역시 강간 등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씨는 검찰 결정에 불복해 지난달 초 항고했다.
명예 회복은 요원하다. 아직까지 이 작가는 네티즌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할 방법이 전혀 없다”며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려고 생각했지만 실질적인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욕설을 퍼부은 네티즌들을 고소하는 것도 이 작가에게는 상처를 되새기는 일일 뿐이다. “만화를 계속 그릴 수밖에 없지요.”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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