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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평생 일만 하다 죽을 수도" 일본 노인 빈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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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노인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 홍성민 옮김 / 청림출판 / 280쪽 / 1만5000원



[ 양병훈 기자 ]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낯설지 않다. 건물 경비원 등 가장 보상이 적고 고된 노동은 노인이 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나이 들어서 평온하게 보내자”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사는 건 쉽지 않다.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더 가난하게, 원하지 않는 노동을 죽기 직전까지 하며 노년기를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비영리법인 홋토플러스의 후지타 다카노리 대표가 쓴 《과로노인》은 이런 열악한 노인 노동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는 사회복지 전문가로 일하며 수많은 ‘과로 노인’을 지켜봤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한결같이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한다. 그들도 젊었을 때는 수입이 꽤 되는 일을 했고, 나름의 노후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불행으로 이들의 계획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한 70대 부부의 사례는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 부부는 20대부터 함께 두부가게를 운영했다. 이들은 후생연금(일본의 연기금)에 가입하지 않아 낮은 연금으로 고령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후생연금이 아니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80세 정도까지는 계속 두부가게를 운영하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며 모든 게 바뀌었다. 아내는 생명을 건졌지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남편은 가게를 혼자 운영하는 게 벅차 가게 문을 닫았다. 수입은 단번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모아둔 돈은 5년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남편은 월급 8만~10만엔(약 78만~98만원)짜리 신문배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중노동이었다.

일본만의 상황이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노인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법정 근로시간(8시간)을 훨씬 초과한 12.9시간이다. 한 설문조사 결과 일하는 노인 10명 중 8명은 ‘생활비 마련’ 때문에 일한다고 했다.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을 밑도는 돈을 번다.

저자는 “이대로 두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며 “저축을 늘리라는 등 개인 노력만 강조하면 과로 노인이 되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난을 대하는 태도를 ‘구제’가 아니라 ‘방지’로 바꾸는 것 △비정규직이어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 △적극적으로 사회 주택 수를 늘리는 것 등 사회복지를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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