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용원 사장
[ 김태호/최만수 기자 ] ‘비대면계좌 개설 1위’, ‘증권사 영업이익률 1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기본투자형 수익률 1위’.
올해 키움증권이 따낸 ‘1위 타이틀’이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온라인,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를 바탕으로 한 확장 전략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적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 5610억원, 당기순이익 13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62%, 32.8% 늘어난 수치다.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리테일 부문에서 가장 많은 영업수익을 올렸다. 리테일총괄본부는 상반기 1820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투자운용본부(1672억원), 홀세일총괄본부(916억원), 투자은행사업본부(228억원) 등에서도 고른 성과를 냈다.
키움증권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차세대 증권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고객친화 서비스, 투자은행(IB) 부문 강화 등이 그것이다. 그 중심에는 9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이 있다.
권 사장은 키움증권의 성장 원동력을 ‘3H 정신’으로 설명한다. 3H는 배고픔(hungry), 겸손함(humble) 그리고 인간애(humanity)다. 그는 “3H는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사업을 일군 키움증권만의 정신”이라며 “신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이 같은 키움의 문화가 녹아들 때까지 철저히 준비한다”고 말했다.
▷‘3H’라는 키움증권의 DNA는 어떤 것입니까.
“우리 조직에서 자주 쓰는 말 중 하나가 ‘헝그리 정신’입니다. 2000년대 온라인 증권사라는 사업모델을 만든 신생 벤처기업이 키움증권이죠. 그때부터 자주 쓰는 말이 헝그리 정신입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해내는 근성이 있어요. 작은 회사에서 성장했기에 겸손함(humble)과 인간애(humanity)도 키움 인재들만의 특징이죠. 3H가 키움증권의 DNA고 성장의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키움증권은 외부인력 영입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3H 문화가 우리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이것을 갖춘 내부 사람에게 새로운 사업을 맡기고, 그 사람이 우수한 후배를 키워내게끔 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IB사업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춰 왔습니다. 리테일 부문에서도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 중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단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준비되고 계산된 확장 전략이었어요. 신사업이 있으면 내부에서 직원 양성부터 시켰습니다. 3H가 있으니 직원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죠. IB를 예로 들어보죠. 2007년 처음 사업부를 만들었지만 바로 기업공개(IPO) 주관 등 업무에 나서지 않았어요. ‘키모로(키움증권 벤처기업모임)’를 조직해 고객 네트워크부터 갖췄습니다. 2010년에야 IPO 업무를 시작했죠. 이때부터 자기자본투자(PI)를 통해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운용, 대체투자 등 다양한 투자업무도 경험시켰어요. 추후 이들 기업이 프리IPO, 인수합병(M&A) 등을 원할 때 언제든지 우리가 전문지식을 가지고 서비스하기 위해서였죠. 지금 그 노력들로 중소·벤처기업 수백 곳이 우리와 IPO 주관을 맺었습니다. 키움프라이빗에쿼티(PE)가 생겨났고, 국내 증권사에서는 처음으로 성장사다리펀드에서 1000억원 규모 출자도 받았습니다.”
▷새롭게 개척할 사업 영역은 어떤 것입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증권업도 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작은 것에 소홀하지 않고 스스로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 ‘함께’라는 부분도 강조됩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은 다른 여러 기업과 협업이 중요합니다. 여러 기술을 접목해 우리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죠. 온라인 자산관리 분야는 이런 관점에서 우직하게 성장시킬 예정입니다. 자산운용사와 온라인 전용상품을 매칭하고, 함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나가는 식이죠. 블록체인 분야는 증권사 20개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어요. 이를 활용해 공인인증절차 축소 등 다양한 서비스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등 장기적인 과제에도 관심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투자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장착할 수 있을까요.
“키움증권은 스스로 ‘플랫폼’이라는 주장을 해왔어요. 키움증권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고객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죠. 키움증권의 알고리즘 스토어인 ‘로보마켓’이 대표적이에요. 현재 여기 외부회사 15개가 입점해 있습니다. 주식투자 컨설팅, AI 종목 발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음성인식 텍스트 서비스도 계획 중입니다. 직원들이 상품에 대해서 말로 설명하면, 고객이 텍스트로 곧바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죠. 이런 기능들이 강화되면 빅데이터나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빠르게 진화할 겁니다. 챗봇(채팅로봇) 서비스는 물론 데이터를 모아 고객이 원하는 정보제공까지 이뤄질 수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적극적인 M&A로 성장 동력을 갖춰왔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M&A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올해도 성공하진 못했지만 해외 M&A를 상당히 많이 검토했습니다. 동남아 시장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2014년 우리투자자산운용을 인수할 때만 해도 특정 업종이 필요해서 M&A를 추진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키움은 자산운용부터 벤처캐피털, 사모펀드까지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요. 이제는 특정 업종보다는 규모를 키우거나 시너지가 있다면 언제든지 긍정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내년 국내 증시와 증권업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사상 최고치를 뚫은 코스피지수의 상승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년에도 좋은 움직임이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현재 국내 고용지표가 좋고, 기업들은 수출을 늘리면서 이익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죠.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코스닥시장이 살아납니다. 증시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증권업계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태호/최만수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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