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대장주 애플이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9000억달러(약 1002조원)를 돌파했다. 그러나 9일 국내 증시에서 IT주는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IT주의 경우 반도체 업황에 투자심리가 좌우되는 만큼 애플 주가와 동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꾸준히 실적 모멘텀이 주가에 반영된 점 등에 비춰 단기적으로 강한 상승 추세를 나타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날 오후 2시45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만3000원(1.20%) 내린 280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일 장중 287만6000원을 기록한 후 힘이 빠진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1.32%) 역시 지난달 11일 최고가를 경신한 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 상승률은 2.7%(8일 종가 기준)로 코스피지수(1.15%)보다는 양호하지만 뚜렷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화학(2.27%), 비금속(5.12%), 의약품(4.61%) 등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가증권시장 시총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그동안 반도체 슈퍼 호황이 끌어 올린 만큼 상승 모멘텀이 다소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의 주도권을 IT주가 유지할 전망이지만 그동안의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 등에 비춰 연말까지 IT주와 코스피가 뚜렷하게 우상향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IT와 코스피가) 연말까지 숨고르기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T주는 올해 내내 호실적 전망이 주가를 이끌었고, 사이클 측면에서 모멘텀이 다른 업종에 비해 둔화될 여지가 있다"며 "투자자들이 그동안 소외된 조선, 건설, 기계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코스피가 박스권 구간에서 기간 조정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반도체 때문이란 점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을 두 기업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삼성전자는 D램 가격 상승세가 내년에도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다소간의 의구심이 있지만 배당 등을 고려하면 하방경직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여전히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 실적 발표 후 IT주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장기 관점에서 하드드라이브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전환, 휴대폰 시장의 고용량화 등이 반도체 장기 호황을 이끌 전망인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최선호주는 IT와 소재주"라고 진단했다.
박 팀장도 "내년에도 삼성전자가 점진적인 상승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반도체 수율, 공정 효율성 개선을 고려하면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8일(현지시간) 미국 애플 주가는 1.43달러(0.82%) 오른 176.24달러로 장을 마쳐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재경신했다. 시총 규모는 약 9005억달러로 미국 상장사 중 처음으로 시총 9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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