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코오롱PI의 저력
강하지만 유연한 PI필름 부족
아이폰Ⅹ 필수…미국서 달려와 SOS
2008년 합작 '선견지명'
경쟁자 SKC·코오롱 "덩치키우자"
시장 점유율 1위로…이익도 쑥쑥
[ 노경목/김보형 기자 ] “조금만 더 주면 안 되겠습니까.”
지난달 하순 경기 평촌에 있는 SKC코오롱PI 본사. 이 회사 관계자를 앉혀 놓고 정장을 차려입은 외국인 3명이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애플의 아시아태평양 구매 담당자들이었다. 아이폰Ⅹ(텐)에 들어가는 폴리이미드(PI) 필름 공급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애플은 글로벌 전자부품업계에서 ‘슈퍼 갑(甲)’으로 통한다. 대부분 부품업체는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애플 본사까지 찾아가 구매를 타진한다. 애플 측이 한국에 있는 연매출 1000억원대 회사를 찾아와 부품과 소재 공급을 요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왜 없어서 못 파나
PI필름의 기능을 살펴보면 애플의 절박함을 이해할 수 있다. PI필름은 영하 269도에서 영상 400도까지 견디면서 화학적·물리적 훼손을 막는 소재다. 원래는 항공우주 분야 등에서 주로 사용됐지만 스마트폰에 들어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온도를 분산시켜 스마트폰의 온도가 과도하게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는 방열(防熱)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이 얇아져 부품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증가하면서 PI필름 수요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가장자리가 휘어지는 OLED가 작동하려면 뒷면의 PCB(인쇄회로기판)도 휘어지는 연성 PCB를 사용해야 한다. 연성 PCB를 만드는 데 쓰이는 소재가 얇은 구리막과 PI필름이다. 이 같은 이유로 애플이 최근 출시한 아이폰Ⅹ에는 기존 제품 대비 3배 많은 PI필름이 들어간다.
스마트폰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좋은 PI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는 SKC코오롱PI를 비롯해 일본 가네카, 대만 TDC, 미국 듀폰 등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SKC코오롱PI의 점유율은 23.2%로 1위다.
◆성공한 적과의 동침
SKC코오롱PI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8년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두 회사가 똑같은 지분을 갖고 있으며 사장도 번갈아 가며 맡고 있다. 합작 이후 2013년 초까지는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가 사장을 지냈으며, 이후로는 김태림 현 사장을 비롯해 SKC 임원 출신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화학업계의 경쟁자이기도 한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손을 잡은 것은 외부 위협 때문이었다. 휴대폰을 중심으로 PI필름 시장이 성장했지만 독자적으로 덩치를 키우기는 힘들었다. 서로 출혈 경쟁을 하는 사이 일본 가네카가 국내 PI필름 시장까지 잠식해 들어왔다. 두 회사는 서로 손잡고 기술과 자금을 합치기로 했다.
시너지는 기대한 것보다 컸다. 후발주자임에도 SKC코오롱PI는 국내 방열 PI필름 시장의 100%, 중국에선 80%를 장악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맞춰 증산과 품질 향상 등에도 발 빠르게 나섰다.
지난해 8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구미공장의 신규 설비도 안정적인 생산성을 나타내며 회사 실적에 보탬이 되고 있다. 애플 등에 대한 판매 증가와 수익성 향상으로 3분기 SKC코오롱PI는 매출 67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1.6%, 영업이익은 105.9% 늘어났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구미공장 증설로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며 원가 경쟁력에서도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어 SKC코오롱PI의 광폭 질주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김보형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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