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서 찬반집회
"굴욕 외교·통상압력 규탄"
반미 단체들 과격 시위
도심 곳곳서 경찰과 충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차벽 등장
보수단체 "친북세력 몰아내자"
'트럼프 정책 지지' 목소리 높여
[ 성수영/구은서 기자 ]
“양키 고 홈! 전쟁광 트럼프는 물러가라!”
7일 밤 만찬 일정을 끝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의전차량이 청와대에서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세종문화회관 앞 반미시위대가 야광봉과 종이컵을 던지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야광봉으로 경찰 방패를 때리며 “폭력 경찰 물러가라”고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쳤다.
경찰이 그물망을 동원해 소요 사태를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초청을 받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반대편 도로로 ‘역주행’해 호텔로 돌아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의 안보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 눈에 비쳤을 차창 밖 도심의 풍경은 혼돈 그 자체였다.
◆反美 시위 절정…트럼프 ‘역주행’시켜
민주노총이 주축이 된 ‘NO(노)트럼프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도적 통상압력을 가하는 트럼프 방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공동행동은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청해 국회 연단까지 내주는 굴욕 외교로 일관하며 ‘박근혜 적폐 세력’들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공동행동을 비롯한 반미시위대 1000여 명은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공동대표 출신의 문규현 신부 및 강해윤 원불교 교무 등 종교인들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단체 등은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시작했다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에 제지당했다. 장기투쟁 노조 모임인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도 이날 낮 12시께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벌이려다 골목길 초입에서 경찰에 막혔다.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면서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 차량 경로를 바꾸는 ‘외교적 결례’를 범해야 했다. 이날 오후 7시께 광화문에서 ‘촛불 집회’를 벌였던 반미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을 마친 10시30분께부터 구호를 외치며 종이컵과 야광봉 등을 도로에 투척했다. 경찰이 불법 행위 자제를 요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과 경호 차량은 당초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를 이용할 예정이었으나 돌발상황으로 인해 반대편 역방향 도로를 이용해 호텔로 돌아갔다.
◆차벽 재등장…경찰 폭행도
찬성 집회가 벌인 ‘세 대결’도 도심 혼란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 명은 오후 2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앞과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정책을 지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 서울 한복판의 광장은 경찰과 찬반 시위대가 뒤엉켜 마비되다시피 했다. 광화문광장 네 개 방면은 경찰버스 25대로 만든 차벽과 ‘인간 띠’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갑호비상을 내리고 195개 중대, 1만5600여 명의 경찰력과 7000여 명의 경호 인원을 투입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경찰 방패와 채증용 캠코더도 다시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 차벽을 거의 배치하지 않았지만 이날은 예외였다.
경찰이 사력을 다했음에도 곳곳에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트럼프 규탄 피켓을 든 시위자들이 경찰버스 위로 올라가려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께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의전차량 대열이 광화문 사거리에 들어오자 일부 시위대가 세월호 천막을 밟고 올라가 ‘NO TRUMP’ 문구가 씌어진 피켓을 들었다. 오후 7시30분께에는 한 50대 남성이 도로에 진입하다가 경찰을 폭행해 입건되기도 했다.
성수영/구은서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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